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을 향해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이 장관은 30일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1일 “국민의 화를 북돋운다”고 맹비난했다. 여권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은 물론, 이 장관 파면 주장까지 나왔다. 이 장관은 결국 유감을 표명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장관을 겨냥해 “잘 모르면 입을 닫고 있어야지, 왜 자꾸 변명하다가 국민의 화를 북돋우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얘기를 던질 때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사고가 날 줄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결국 안전불감증이 이런 대형 사고를 키우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아주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YTN라디오에서 “(이 장관 발언은) 황당한 수준이었다”며 “참사나 황당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감내하겠다는 의지인지, 그 내용의 진위 자체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무책임한 회피성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장관 발언에) 정말 귀를 의심했다”며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보다 회피하려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장관에 따르면 참사 당시 시청이나 광화문 인근에서 집회·시위가 많아서 그곳에 병력을 배치하다 보니 (이태원 쪽) 배치에 대해선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별로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도 TBS라디오에서 “너무 슬프고 참담한 심정인데 해당 장관의 한마디가 이런 논란을 빚게 하는 건 참으로 유감”이라며 “(이 장관이) 좀 더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무겁게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고 비판하며 이 장관의 파면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날 합동분향소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언에 대해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소방력 대응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이 거세지자 이 장관은 오후에 입장문을 내고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물러섰다.
안규영 구승은 김이현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