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사망자 신원 확인이 지연되면서 가족이나 친구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이들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접수센터로 달려왔다. 신고자 대기실에선 한숨과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접수센터가 설치된 30일 낮 12시20분쯤 대기실에서 전화를 받은 조모씨는 황망한 표정이었다. 그는 오전 9시30분쯤 조카의 휴대전화가 경찰서에 보관돼 있다는 연락을 받고 센터로 달려온 상황이었다.
대기실에서 애타게 조카의 소식을 기다리던 조씨는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사망” 한마디를 힘없이 읊조렸다. 이내 붉어진 눈시울로 대기실을 나갔다. 전화가 걸려오기 전만 해도 그는 ‘병원에서 연락은 없냐’는 물음에 “그럴 일 없어요. 살아 있을 거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했었다. 이곳에 머물던 상당수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로부터 ‘사망’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하며 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내내 창백한 얼굴로 있던 한 실종자 어머니는 오전 11시10분쯤 딸이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후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른 가족에게 “(딸이) 죽었다는 말은 없었으니까 살아있는 게 맞겠지?”라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오후 1시쯤 “친구 집에서 자고 있었다”는 딸의 연락을 받은 권모씨 역시 안도감에 눈물이 고인 채 주민센터를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참사 뉴스를 보고 자취 중인 대학생 딸에게 연락을 했지만 답이 없자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곧장 서울 노원구의 딸 자취방을 찾아갔다. 그런데 딸이 방에 없자 한남동주민센터를 찾아와 실종신고를 하고 2시간가량 대기하던 중이었다.
고등학생인 가족이 실종됐는데 밤새 대기실에서 이태원 참사 상황 대응 업무를 해야 했던 공무원도 있었다. 그는 낮 12시40분쯤 결국 가족의 사망 연락을 받고 울음을 터뜨리며 직장 동료의 부축을 받아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접수처 관계자는 “실종자 상태를 파악하고 기진맥진하거나 탈진하는 분들이 계셔서 경찰과 소방이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하 김이현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