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감한 자금시장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입력 2022-10-29 04:01
연합뉴스TV 제공

자금시장 경색 완화를 위한 여러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50조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포함한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화 대책들이 발표된 후에도 대기업이 보증한 회사채 발행이 불발되는 등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공기업들이 발행하는 초우량 회사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고서야 겨우 투자자를 찾는 등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이 둔화되고 기업실적이 악화되는 등 실물 경기가 침체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경색된 자금시장이 장기간 방치되면 실물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2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HDC의 합작회사인 통영에코파워가 전날 51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발행을 포기했다. 한화에너지가 지급보증을 선 이 회사채에는 A+급 신용도가 책정됐지만 투자기관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회사채의 발행 여부는 채권시장 회복의 가늠자로 주목받았지만 얼어붙은 자금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데 그쳤다.

공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도 시장에서 고전했다. 한국가스공사가 27일 발행한 회사채는 높은 금리에만 매수주문이 몰리면서 5년 만기의 경우 연 6%가 넘는 금리에 낙찰됐다. 한국공항공사 채권은 AAA급 초우량채권인데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6%를 넘어섰다.

시장 평균 회사채 금리(3년 만기 AA- 기준)는 5.62%(27일)를 기록했는데, 지난달 말의 5.28%에 비해 0.34% 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말(2.42%)에 비하면 2배 이상 오른 금리다.

서울시 둔촌주공 재개발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중 28일 만기가 돌아온 1220억원의 차환발행이 성공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참여한 덕에 KB증권이 전액 재투자했다. 블랙홀처럼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던 한전채는 당국의 대출 유도로 당분간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지만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감안하면 일시적인 미봉책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3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한다. 자금시장은 올들어 6차례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돈맥경화’에 빠졌다. 자금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보다 더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