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6일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을 파견하기로 27일 결정했다. 정치권의 ‘친일 국방’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살리고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과거 일본 주관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두 차례 참가했던 사례와 국제관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해군의 이번 국제관함식 참가가 갖는 안보상의 함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장병 137명과 함께 1만t급 최신예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이번 관함식에 파견한다. 소양함은 29일 진해항을 출항해 다음 달 1일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6일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리는 관함식 본행사에 참가한 후 참가국 함정들과 7일까지 연합훈련도 실시한다. 조난·화재 선박을 수색, 구조하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훈련이다.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관함식을 계기로 열리는 서태평양해군 심포지엄(WPNS)에도 참석한다. 30여개국 해군총장이 참여하는 심포지엄에선 한반도 해역 내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관함식은 함대와 장병을 사열하는 행사로 각국 해군의 대표적인 ‘군사 외교’ 활동이다. 우리 해군이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참석하는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김대중정부 때인 2002년에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을, 박근혜정부 시기였던 2015년엔 구축함 대조영함을 파견한 바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1월 한국 등 서태평양 지역 우방국 해군을 관함식에 초청했다. 당시 문재인정부는 관함식이 다음 정부 임기 중 열린다는 점 때문에 참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뤘다. 이후 윤석열정부는 욱일기 논란 등 반일 여론을 의식해 그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참가국 해군은 관함식에서 주최국 국가원수 등 주빈이 탑승한 ‘좌승함’을 향해 경례를 해야 하는데, 해상자위대 깃발이 일본 제국주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욱일기와 거의 같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욱일기 문제 때문에 한·일 양국은 2018년 이후 서로가 주최한 관함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관함식에서도 욱일기 경례 문제로 ‘친일 국방’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총장을 향해 “욱일기에 경례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가라. 경례하면 옷 벗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군의 전통적 관습으로 사열이 아닌 함정 대 함정 간 경례”라며 “관함식에서 대함 경례는 상급자에 경례한다는 의미보다 국가원수에 대해 예우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전투함이 아닌 군수지원함을 보내는 것도 이런 민감성을 의식해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