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부인했지만 유동규 “흔적은 다 지워지지 않는다”

입력 2022-10-28 00:04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혐의 공판이 끝난 뒤 법원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8억원대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자신의 휴대전화 클라우드 비밀번호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 부원장은 “날조된 혐의로 구속됐다”며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보강하면서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7일 자택 인근에서 취재진에게 “검찰에서 내 휴대폰 클라우드를 다 열었고, (클라우드의) 비밀번호까지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명령’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벌을 받을 것이고, 다른 분들도 벌이 있다면 받아야 될 것 같다”며 “증거를 다 지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흔적은 다 지워지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 부원장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인) ‘정무방’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이너서클’ 여러 명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텔레그램에) 산하기관장 모임도 있었고, 정무방이 따로 있었고, 법조팀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구속된 김 부원장은 닷새째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계속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김 부원장 측은 이날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 받은 적이 전혀 없는데, 없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하겠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김 부원장의 금품 수수를 사실로 전제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어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는 희생양처럼 구속됐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김 부원장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김 부원장 체포영장에서부터 8억4700만원을 대선자금으로 규정한 이유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증거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자금을 조성한 남욱 변호사의 측근 이모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돈의 액수와 시기 등을 기록한 메모, 전달 장소로 지목된 한 아파트 주차장의 차량 출입 기록 및 현금 전달에 사용된 종이박스나 가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는 언급도 의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 구속 기간 내에 그에게 전달됐다는 자금의 용처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조민아 구정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