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견 없는 44개 법안 처리… ‘충돌’ 숨고르기

입력 2022-10-28 04:06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해 왼쪽 자리가 비어 있다. 이한형 기자

여야는 27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견이 없는 44개 비쟁점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면충돌했던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모처럼 ‘숨고르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여진도 이어졌다.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으로 5선의 정우택 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불발됐다.

앞날도 흐리기만 하다. 여야는 다음 달 4일 공청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 충돌로 예산안이 법정기한(12월 2일)을 넘기는 것은 물론 연내 처리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온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공무원 재해보상법 일부개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민원인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침수 전손 처리차의 수출 금지 규정 등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그러나 여야의 신경전 끝에 정 의원을 국회부의장으로 선출하는 일정은 다음 달 10일로 미뤄졌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부의장 선출 연기와 관련해 말씨름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부의장 선출과 관련해) 무슨 심통이 났는지 ‘오늘 못 해주겠다’면서 방금 민주당 의총에서 ‘11월 10일에 해주겠다’는 약속이 왔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는 “(민주당의) 이유를 알아봤더니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오늘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며 “(민주당) 당사도 압수수색되고, 이렇게 뒤끝 작용으로 흐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회를 국제무대에서 모욕했는데, 무시당한 국회의 여당 대표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넘어가도 되는가”라며 “국회 운영에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 하는 것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있어서 오늘은 바로 해 줄 수가 없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