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 ‘간접공정’에서 2년 넘게 근무한 현대차·기아 사내 하청 근로자도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자동차 간접 생산공정에서 일하는 사내 하청 근로자까지 원청이 직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현대차 관련 4건, 기아차 관련 2건 소송에 430명의 근로자가 원고로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들이 직고용됐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 107억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도 했다.
원고들은 소속 회사가 현대차·기아와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파견법은 2년 넘게 파견노동자를 쓸 경우 원청이 이들을 직접 고용토록 한다.
기아 소속 하청 근로자들은 화성공장 등에서 도장, 의장, 생산관리 등 업무를 수행했다. 1심은 “간접공정에 종사한 근로자들도 실제로는 사측이 사용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간접공정 포함 모든 공정 근로자에게 파견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울산공장 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한 현대차 소송도 원고들이 담당한 모든 공정에서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된다고 인정했다. 다만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범퍼 조립 등 업무를 수행한 A씨는 작업 성격, 원청 지휘 여부 등 근로자 파견의 판단요소를 더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