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재용 회장’ 체제로 돌입하면서 초격차 기술, 인재 양성, 유연한 조직문화를 중심축으로 하는 ‘뉴 삼성’에 속도가 붙는다. 재계에선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에너지 전환 등의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어 혁신의 강도는 거세질 것으로 관측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승진을 기점으로 ‘뉴 삼성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강도 높은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을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는 사업들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부활 가능성도 높다. 현재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옛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일부 담당하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과거 답습의 우려가 있지만 중장기 전략 구상,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삼성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컨설팅을 의뢰한 보스턴컨설팅그룹 역시 컨트롤타워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구심점 역할을 강조한 만큼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을 짜고 계열사 간 협업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는 어떤 형태로든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초격차 기술’ 확보에는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줄곧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기술의 초격차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초격차를 본격화할 분야는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정보기술(IT) 부문이다. 삼성은 지난 5월에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해 이 분야들을 집중 육성한다고 발표했었다.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의 초격차를 단단하게 만들고, 취약점인 파운드리에서 2030년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바이오를 미래 성장엔진으로 키워 ‘제2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서는 데 반도체가 발판이 된 만큼 이 회장 취임 후 반도체 분야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혁신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칩4 동맹같이 이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면서 “바이오 역시 이 회장 의지가 반영된 새로운 도전 목표”라고 진단했다.
또한 삼성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예측이 나온다. 대형 M&A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분석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CES 2022 행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M&A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 밖에도 인재경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소통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수평적 조직문화 만들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유연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는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