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미국 인텔과 중국 기업에 반도체 첨단 기술을 몰래 넘긴 혐의로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인텔 및 중국 반도체 컨설팅업체에 첨단 기술을 유출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로 삼성전자 연구원 A씨와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2명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위탁생산)팀에 근무하던 A씨는 인텔로 이직하기 위해 반도체 회로 동작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SPICE) 모델링 자료 등 국가핵심기술 파일 33개를 촬영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재택근무 도중에도 집에서 반도체 기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회사 시스템을 연결한 뒤 이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업체 측에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반도체 첨단 기술을 넘긴 전·현직 연구원들도 기소됐다.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2명은 2018~2019년 중국 업체로 이직한 엔지니어 등에게 반도체 초순수 운전 매뉴얼·발주 사양서 등을 누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초순수는 물속 이온, 유기물 등 각종 불순물을 10조분의 1단위 이하까지 제거한 물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세정 작업에 쓰인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매년 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초순수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초순수 시스템 시공 하청업체 임원은 또 다른 첨단 기술인 ‘설계 템플릿’을 무단으로 사용한 뒤 기술설명자료를 작성해 중국 업체 측에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찰청은 대검 과학수사부 산하에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설치해 첨단기술 유출 범죄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관 수사 협력 체계도 가동키로 했다. 대검은 “국가 안보와 경쟁력,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 범죄수익 환수까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112건에 이른다.
양민철 임주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