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의 한 재개발 지역. 이곳에 세 교회가 있었다. A 교회는 재개발 협상과정에서 현 교회 대지보다 30% 넓은 땅을 받았다. 현재 545㎡(165평)인데 661㎡(200평)를 보상받은 것. 그러나 다른 B, C 교회는 기존 대지의 절반밖에 받지 못했다. 이 중 한 교회는 성도 수에 비해 새로 지어야 할 교회 부지가 작아 아예 건축을 포기했다.
이 사례는 재개발 사업에 교회가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초기 대응은 보상의 극과 극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 소장 이봉석 목사는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교회재개발연구소 세미나’에서 “교회 재개발 보상은 단계별로 접근하되 초기 대응에 따라 그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강조했다.
A 교회는 초기부터 재개발 추진에 동의하고 지지하며 각종 회의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러면서 조합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 과정에서 협상도 순조롭게, 교회에 유리하게 진행됐다. 반면 B 교회는 “어차피 우리 땅이니까 조합이 마음대로 하진 않겠지”라며 방관했다. C 교회는 로펌을 고용하면서 다 알아서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이 목사는 “교회 재개발 보상에서 근거 없는 정보 중 하나가 로펌에 맡기면 다 된다는 것”이라며 “로펌은 법적인 일을 해줄 뿐 결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개발 동의를 안 해주고 버티면 조합이 큰 보상금을 제시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완전히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했다. 일정 비율의 재개발 동의가 이뤄지면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때 가면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교회 재개발 성공을 위한 키포인트 3가지를 제시했다. 초기 대응, 법적 대응, 협상이다. 교회는 재개발 추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종교부지를 확보하고 면적, 위치 등을 조합으로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은 자금이 넉넉하기 때문에 대형 로펌들을 내세운다. 따라서 교회도 이에 대응할 전문 법률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
또 법적으로 잘 해결한다고 해도 협상 능력에 따라 보상 금액에 차이가 난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는 교회에 대한 재개발 보상 기준이 없다. 어떤 교회는 같은 크기의 토지와 실제적인 건축비를 받았지만 어떤 교회는 같은 크기의 토지와 훨씬 많은 건축비를 받아서 교회를 잘 건축하고도 재정이 남기도 한다. 조합과의 협상력에 달린 것이다.
이 목사는 “교회 재개발의 성공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야 하지만 교회가 최선을 다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 재개발 성공을 위한 키포인트 3가지를 잘 실행하면 교회에 큰 유익이 되고, 지역에서도 선한 이미지를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