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진다. 가을 입주 물량이 소폭 증가세를 보여 수도권의 전셋값 내림세는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시세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단지가 늘면서 ‘역전세’ 우려는 증폭하고 있다. 매매가격도 서울을 중심으로 약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달 4주차(지난 24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을 발표하고 수도권 전셋값 변동률이 -0.44%로 전주(-0.41%)보다 더 떨어졌다고 27일 밝혔다. 지난달 1주차(-0.21%)와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내림세가 배 이상 가팔라졌다. 수도권 전셋값이 하락 전환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지난달 이후에는 하락의 기울기가 급격해지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도 0.32% 떨어져 지난달 1주차(-0.04%)보다 하락 폭이 급격하게 커졌다. 경기도(-0.48%)도 점차 떨어지고 있고, 인천은 무려 -0.54%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인천은) 입주 물량의 영향으로 매물 적체가 심화해 급매물 거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검단신도시 입주 물량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더 많이 내렸다는 분석이다.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이런 추세는 한층 분명해질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다음 달에 전국에서 새 아파트 2만220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이달(1만4639가구)보다 52%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수도권 입주 물량이 1만3674가구나 된다. 서울 2개 단지, 경기도 8개 단지, 인천 4개 단지가 입주를 앞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시세 하락 가구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서 이달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 278만4030가구의 전셋값을 2년 전과 비교한 결과, 가격이 하락한 가구의 비중은 2.8%(7만8412가구)로 집계됐다. 새 임차인을 구할 때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에게 전셋값 차익을 돌려줘야 하는 이른바 ‘역전세’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이달 4주차에 0.28% 내리면서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0.34%로 오랜만에 전주(-0.35%) 대비 하락 폭을 줄였다. 반면 서울은 0.28% 내리면서 전주(-0.27%)보다 낙폭을 키웠다. 10년 만에 최대 하락세를 이어갔다. 집값 하락에 앞장섰던 도봉구(-0.40%)와 노원구(-0.36%) 등의 지역에선 하락 폭이 다소 축소됐다. 송파구는 -0.43%로 전주(-0.38%)보다 낙폭을 확대하면서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