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 이미 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지만 부회장 승진 10년 만에 회장직을 맡으며 공식적인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열렸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공정거래위원회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지 4년 만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27일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심각한 경기 침체 등 이 회장이 펼쳐 나가야 할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이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취임사를 대신해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위기감을 피력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31.4% 급감했고 순이익 역시 23.6% 줄었다.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내준 상황이다.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회장은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바이오·인공지능·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만간 이병철·이건희 선대 회장에 버금가는 ‘뉴 삼성’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미래를 개척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경제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도 강화하길 바란다. 적은 지분으로 ‘오너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편법적인 지배구조 체계도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한 모든 의사 결정은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마땅하다. 이재용 시대의 삼성이 국민과 세계인에게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