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측근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전격 사의… “건강 이상 때문”

입력 2022-10-27 04:05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건강 이상이 자진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검찰 출신의 조 실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조 실장은 25일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 6월 3일 임명된 조 실장은 5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국정원의 인사·조직·예산을 관리하는 ‘국정원 2인자’인데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조 실장의 사의 표명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각종 추측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조 실장의 건강이 최근 악화됐다”면서 “건강 이상이 사의의 결정적 원인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조 실장의 건강이 안 좋은 것은 맞다”면서 “건강 이상에다가 인사권 등을 놓고 김규현 국정원장과 갈등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원장과 갈등이 있었지만, 사의를 표명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조 실장이 사의를 결심한 것은 건강 이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 26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가 열려 조 실장 사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국회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국감 도중 기자들에게 “국정원장이 어제(25일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조 실장 사의 표명) 유선 통보를 직접 받았고, 그래서 (대통령실로부터) 면직 처리됐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조 실장이 직접 원장에게 사의 표명 전화를 한 바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사의 배경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로 파악될 뿐, 구체적인 면직 이유는 국정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이 사의 과정에서 ‘패싱’ 당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기조실장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임명권자에게 의사 표명을 한 것이어서 패싱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조 실장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조 실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좌천됐고, 2020년 8월 검찰을 떠났다.

조 실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이력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이 조 실장을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현 정부가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조 실장 후임으로는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검사는 2020년 2월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관련 수사를 지휘했고, 같은 해 8월 검찰을 떠나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2018~2019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김영선 정현수 문동성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