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압수수색 닥친 유동규에 “안 좋은 맘 먹지 말고…”

입력 2022-10-27 04:06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9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자택 압수수색 직전 유 전 본부장에게 “안 좋은 마음 먹지 말고 통화하자”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 실장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유 전 본부장이 응하지 않자 남긴 메시지였다. 이후 두 사람은 ‘페이스타임’으로 7분여간 통화했으며, 휴대전화는 검찰이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창밖으로 내던져졌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지난해 유 전 본부장이 버렸던 휴대전화의 포렌식 내용을 다시 살피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최근 이 휴대전화와 관련해 새로운 내용을 말하면서 정 실장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 실장은 “통화 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임하라’고 당부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최근 언론과 만나 “1주일도 안 된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XX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을 전후해 통화했던 이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조사할 방침이다. 포렌식 결과로는 메시지나 SNS 이용 통화의 흔적은 발견할 수 있지만, 음성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의 경우 압수수색 당일인 지난해 9월 29일 오전 5시6분쯤부터 3차례 유 전 본부장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오전 8시8분쯤부터 7분39초간 ‘마지막 통화’에 성공했다.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9월 24~28일 유 전 본부장과 페이스타임으로 6차례 연락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정민용 변호사,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도 각각 19차례, 17차례 통화하거나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에는 가족 단체방을 포함해 5개의 대화방이 개설돼 있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정 실장, 김 부원장 등이 모인 ‘정무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포렌식으로는 이 채팅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포렌식 자료는 지난해 11월 경기남부경찰청으로부터 검찰에 공유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내던져진 휴대전화 확보에 실패했고, 행인이 주워 보관하던 것을 경찰이 찾았었다.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에 휴대전화를 내던진 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과 통화가 잦았던 일, 검찰이 확보에 실패한 일은 지난해 많은 의혹을 불렀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14일 수원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종전까지 쓰던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를 개통했었다. 이때 전화번호도 바꿨다. 대장동 의혹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오자 벌어진 일이었다. 유 전 본부장의 새 휴대전화에는 연락처가 10명 정도만 저장됐다.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 해지·개통 때 동거녀 A씨와 동행했고 A씨도 휴대전화를 바꿨다. 유 전 본부장의 기존 휴대전화를 보관하던 A씨는 압수수색 당일 새벽 유 전 본부장을 찾아갔었다. A씨는 집으로 돌아와 유 전 본부장의 기존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던져 깨뜨렸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다. A씨는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돼 있다. 검찰은 대장동 공판 증인으로 나온 A씨에게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7분여간 통화한 직후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진 일을 아느냐”며 휴대전화 폐기 이유를 물었지만, A씨는 증언을 거부했다.

이경원 이형민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