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홀리윈’으로’.
서구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 축제인 ‘핼러윈데이’를 ‘홀리(Holy·거룩한)’ 명칭을 담아 ‘홀리윈데이’로 지키자는 기독교 대안문화운동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 한인교회에 이어 국내 교회에서도 설교나 전도, 기독교 문화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교육관 건물 전체는 ‘방탈출 게임’ 장소로 바뀌어 있었다. 1층부터 7층까지 들어선 방마다 성경퀴즈를 맞히면 방에서 탈출하는 게임이다. 교회학교 어린이들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참가 대상은 전 연령대다. ‘성경으로, 성경 속으로’를 주제로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진다.
행사를 기획한 김태영 부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핼러윈이 오락성과 상업성으로 교회와 다음세대까지 침투하고 있다”면서 “종교개혁 기념일(10월 31일)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핼러윈 대신 기독교식의 대안 놀이문화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이와 함께 연령대별 맞춤 설교문을 제작해 활용할 예정이다.
핼러윈은 고대 켈트족의 풍습인 ‘사윈(Samhain) 축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켈트족 월력에 따라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을 축제날로 정해, 죽은 영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기괴한 모습으로 분장을 한다. 이것이 오늘날 핼러윈 축제의 토대다.
동시에 31일은 개신교에 있어서 종교개혁 기념일이기도 하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가 1517년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게시한 날이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교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핼러윈 대신 홀리윈으로 지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이어져왔다. 미국캔사스한인중앙연합감리교회(송명철 목사)는 홀리윈 행사를 위해 교회 전체를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로 탈바꿈한다.
국내에서는 수영로교회에 이어 부산명성교회(황운규 목사)도 31일 ‘홀리윈 가을문화축제’를 개최한다. 버블쇼·태권도 시범·앙상블 연주 등 문화행사를 통해 거룩한 대안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전북 군산삼학교회(이상일 목사)는 올해 특별한 추수감사주일을 준비한다. 찬양팀 ‘노래하는 순례자’를 초청해 찬양예배를 드린다. 이상일 목사는 “시대가 변하면서 종교개혁 기념일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찬양예배를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기고 교회 안에 새로운 기독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각 연령대에 맞게 홀리윈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영로교회 김 부목사는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해 건전한 기독 대안문화를 만들어나가면 좋겠다”며 “교회가 먼저 다음세대의 코드를 접목한 기독문화를 형성하고 공공성을 실천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