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외식물가에 경기침체 겹쳐… 소비자도 소상공인도 ‘깊은 시름’

입력 2022-10-27 04:05
서울 중구 명동에 자리한 한 건물의 1층 상가에 26일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올해 2분기 6.6%에서 3분기 6.8%로 증가했다. 반면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 상가의 경우 2분기 대비 0.04%, 소규모 상가는 0.08% 하락했다. 경기침체로 임대료가 내려가도 공실이 늘어나는 것이다. 연합뉴스

직장인 손모(35)씨는 얼마 전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가 물가 상승을 절감했다. 2개월 전에 방문했을 때보다 주요 메뉴 가격이 7000원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손씨는 “즐겨 먹는 점심 메뉴가 8월에 2만4500원이었는데 지난주에 가 보니 3만1900원이었다. 2000~3000원 정도면 모를까 한 번에 7000원씩 오르는 걸 보니 무섭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도 소상공인도 시름이 깊다. 통계청은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이 9.0%로 1992년 7월(9.0%) 이후 30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5.6%)이나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률(6.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의 짜장면 가격은 평균 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8% 상승했다. 칼국수 평균 가격은 8423원(12.9%), 김밥은 3046원(11.5%), 삼겹살은 1만8851원(9.7%)으로 1년 사이 10% 안팎으로 올랐다.

‘물가 공포’는 소상공인들도 짓누른다. 장사는 되는데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서울 강동구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강모(38)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 손님은 분명 늘었는데 재료값이 워낙 올라서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가격을 올리든 양을 줄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4분기 연속 오르면서 89.84를 기록했다.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전망하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이 수치로만 보면 외식업 경기는 살아나는 듯 보인다. 문제는 외식산업 식재료 원가지수가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데 있다. 지난해 1분기부터 7분기 연속 분기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외식산업 식재료 원가지수는 145.8로 지난 분기보다 0.71포인트 올랐다. 재료비 부담이 외식물가를 끌어올리고, 높은 외식물가 탓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원유가격 인상으로 우유값이 오르고, 국제선물시장의 생두 가격 상승으로 커피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고환율까지 더해지면서 수입산 식품을 원재료로 쓰는 업종의 가격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 됐다. 밀가루, 식용유 등의 수입산 재료비 상승과 환율 영향을 이유로 주요 라면업계 4사는 이미 라면 가격을 올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돼 다시 불황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