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여성이 다수입니다. 남녀 비율이 4:6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교회 지도자, 목회자, 중요 직분자 비율은 여성이 현저하게 낮습니다. 한국교회를 다시 새롭게 하기 위해 여성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자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생명문명 시대를 연 20세기 기독 여성 지도자
김은하 지음/나눔사
김은하 지음/나눔사
1940년대 초반, 나치 독일에 협조한 비시 정부 치하 프랑스. 피레네산맥 근처 구르 포로수용소에는 수천명의 유대인과 집시 등이 억류돼 있었다. 일련의 분류를 거쳐 폴란드 아우슈비츠 등 절멸수용소로 이송될 위기에 놓인 이들이었다.
프랑스 난민구호단체 시마데(CIMADE)는 이들의 참혹한 운명을 밝힌 한 줄기 빛이었다. 시마데는 포로수용소의 노약자에게 구호 물품을 전하는 한편 스위스와 프랑스 교회, 세계교회협의회(WCC) 등과 협력해 비밀리에 대규모 구출 작전도 펼쳤다. 시마데가 허위 서류 등을 발급해 유대인을 프랑스 산간 마을에 보내면, 이곳 교회와 주민들이 숨겨주는 식이었다. 이렇게 목숨을 구한 유대인은 5000여명에 달한다.
이 일을 해낸 시마데의 핵심엔 기독여성이 있었다. 수잔 데 디트리히(1891~1981)와 마들렌 바로(1909~1995)다. 디트리히는 시마데를 설립했고, 바로는 사무총장을 지내며 목숨을 걸고 유대인 구출에 앞장섰다.
책은 디트리히와 바로를 비롯한 20세기 기독여성 지도자 5명을 소개한다. 이들은 2차대전 중 전쟁 범죄란 거악에 맞섰고, 이후 교회 내 여성과 장애인 차별 철폐에 힘썼다. 장로회신학대 객원교수인 저자는 2015년 WCC 문서보관소의 미정리 문서상자 속 회의록과 비공개 문서 등에서 이들 이야기를 발굴했다. 책은 이 내용을 토대로 저자가 2017년 작성한 박사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책은 WCC 여성위원회 생성 및 여성 안수 논의 과정뿐 아니라 한국교회 기독여성 지도자의 현주소도 함께 다룬다. 저자는 말한다. “교회 내 여성과 남성의 성숙한 관계 형성과 동등한 사역 참여는 교회 개혁의 가시적 표현이며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창출하는 결정적인 초석이 될 것이다.”
개혁주의 신앙과 여성 안수
이광우 지음/예영커뮤니케이션
이광우 지음/예영커뮤니케이션
지난달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서 여성 안수를 허락하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 이 주장을 올해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했던 이광우 전주열린문교회 목사가 저자다. 저자는 여성 안수가 개혁주의 신앙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데서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성경에 기반해 설명한다.
서론에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주님의 여종들을 남성들이 가로막는 것이 주님께서 과연 기뻐하시는 일인지 잘 생각해 달라”고 당부한다. 책은 여성 안수가 개혁주의 신앙의 본질과 일치한다는 것을 주로 논증한다.
먼저 남자와 여자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진 한 몸(창 1:26~28)이라는 데 주목한다. 높낮이가 없는 것이다. 여성을 ‘돕는 배필(창 2:18)’로 부르며 부차적 지위인 것처럼 여기는 데도 이의를 제기한다. 하나님 역시 이스라엘을 돕는 분(출 18:4 등)이다. 돕는다는 의미를 수동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창조부터 요한계시록의 새 하늘 새 땅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구속 역사를 조감하면서 복음 안에서 모두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 안수 반대론의 대표적 근거 구절인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35)에 대해 여성 안수 반대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니…내 영을 남종과 여종에게 부어줄 것(욜 2:28~29)”이라는 약속이 오순절에 성취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여성 안수 반대 근거로 자주 등장하는 창조론, 타락 이야기, 삼위일체론 등을 훑는다. 저자는 성경해석학적 논증을 차분하게 전개한 뒤 우리를 낳아준 어머니나 낳은 딸을 생각해보라는 감정적 호소도 덧붙인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