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는데 연탄 후원 57% 이상 줄어… 누군가에 따뜻한 하루를 선물해주세요”

입력 2022-10-27 03:03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가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에서 연탄기부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평균연령 80세’인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은 올여름 폭우로 만신창이가 됐다. 물은 주택 안으로까지 밀려들어와 무릎까지 들이찼고, 겨울을 대비해 쌓아둔 연탄은 비에 휩쓸려 갔다. 망연자실한 주민들은 다가오는 겨울이 두렵다.

이들이 결국 도움을 요청한 이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다. “연탄이 없다”는 전화 한 통에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허 목사를 지난 24일 화훼마을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로 25년째 연탄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허 목사는 “코로나19 여파에 경제불황까지 겹쳐 후원이 크게 줄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줄어 든것 같다”면서 “현재로서는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이달 말 현재 연탄후원 기부금과 봉사자 수는 지난해 대비 각각 57%, 41% 이상 줄었다.

허 목사는 “올해 폭우로 집집마다 연탄이 (비에) 쓸려가거나 부서졌다는 피해 보고가 늘었다. 일단은 급한 불만 끄는 수준”이라며 “사회적 문제도 있지만 성경적으로 봤을 때 한국교회가 시대적 책임을 감당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회의 자발적 도움을 요청했다.

올해 연탄은행 캠페인 주제는 ‘따뜻한 대한민국 만들기, 경제불황, 연탄은 밥이 되다’이다. 허 목사는 “사실 어르신들한테 밥만큼 중요한 것이 연탄”이라며 “하루라도 밥을 먹지 않으면 힘들 듯 연탄이 없으면 맹추위를 맨몸으로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연탄 한 장의 가격은 800원이다. 한 장을 태우면 최대 6시간까지 지속된다. 허 목사는 “(가구당) 하루에 연탄 5장을 태우는데, 4000원으로 누군가의 하루를 따듯하게 할 수 있다”며 “많은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달 들어 교계의 온정이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허 목사는 “특별히 개척교회와 중소형교회에서 매년 도움을 주고 있다. 대형교회의 후원도 큰 힘이 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와 함께 허 목사는 한국교회가 긍휼사역에 더 힘을 쏟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 구제사역을 하는 교회가 많지만 이면에는 같은 신앙인인데도 차별적인 시각이 존재해요. 한국교회가 ‘낮음에 대한 고백’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는 생각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