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부터 불거진 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해당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제재가 이뤄졌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던 후진국형 인재다. 가습기 업체의 과장 광고 조사를 소홀히 한 공정거래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공정위는 26일 독성 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가 해가 없다고 거짓·과장 광고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다. 각각 7500만원과 35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했지만 공정위의 제재는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2002년과 2005년 두 업체는 상호 협의로 개발한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 출시 당시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등의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런 내용이 인터넷신문에 보도됐다. 공정위는 그러나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두 기업을 부당 광고 혐의로 신고하자 인터넷 기사는 광고로 볼 수 없다며 심의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기사를 심의하지 않는 데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자 할 수 없이 재조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가 오는 30일이라며 조사와 심의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헌재에 떠밀리기 전에 신속하고 정밀한 조사를 했더라면 기업 제재와 함께 피해자 구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 회사는 2011년 8월부터 제품 판매를 중단했으나 2013~2017년에도 제품이 유통되고 2017년 10월 31일에도 제품 구매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그간 기약 없이 정부의 피해 조사를 기다리느라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 가까운 폐 이식비까지 치료비를 부담한 중증 피해자들의 고통을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공정위는 “적극적인 판단이 부족했다”고 했지만 립 서비스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형식적인 사과에 그치지 말고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