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말인 지난 5월 14일 신세계 강남점과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았다. 광장시장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빈대떡 떡볶이 등을 포장해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광장시장에 있는 식당에서 마약김밥과 칼국수를 자주 먹었다”고 설명했다.
광장시장 마약김밥은 40년 전통의 ‘모녀김밥’이 원조다. 당근 단무지 시금치가 속 재료의 전부인데 특유의 겨자소스에 찍어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다고 해서 마약김밥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지금은 고유명사화됐다. 현재 광장시장 음식점 수십 곳에서 마약김밥을 판다. 2010년대 들어 마약김밥이 널리 알려지자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유행이 됐다. 마약떡볶이, 마약옥수수, 마약곱창 등 음식은 물론 마약의자, 마약오일 등 생활용품 이름 앞에도 마약이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6일 당정회의를 열어 마약 근절 종합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검찰에 합동 특별수사팀을 운영하고, 경찰 1만4000여명을 투입키로 했다. 당정은 관련법을 개정해 식품 이름에 마약을 붙이거나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약이라는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돼 아동과 청소년에게 마약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지난 8월 개정안을 제출했다. 쿠팡 등 주요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마약을 검색 금지어로 정한 상태다.
마약은 국가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중국 ‘100년 국치(國恥)’의 시작도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이었다. 마약과의 전쟁은 1970년대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멕시코 등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다른 나라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달랐으면 한다. 다만 마약김밥과 마약떡볶이가 젊은층 마약 확산을 ‘조장’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