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엔씨소프트가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트리플A급(막대한 자본·시간을 투자) 신작 프로젝트에 핵심 개발자를 대거 투입했다. 서구권에서 통할 만한 새로운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해 국내 시장에 치중했던 매출 구조를 세계 시장으로 다변화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1998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리니지는 24년이 흐른 지금도 국내에서 꾸준히 정상급 인기를 얻고 있다. 리니지 IP를 활용한 신작은 여지없이 매출·인기 순위 1위에 오른다. 최근엔 리니지의 인기가 주변국으로도 가지를 뻗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국내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모바일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수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다만 리니지는 엔씨의 효자 타이틀인 동시에 넘어야할 산이기도 하다. 리니지 IP가 회사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 북미·유럽 등 서구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엔씨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현재 엔씨가 새롭게 준비 중인 개발 프로젝트는 ‘아이온2’ ‘프로젝트 H’ 등이다. 김택헌 수석부사장을 필두로 이성구 부사장, 백승욱 전무, 김남준 상무, 최홍영 상무 등 엔씨의 핵심 개발자들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아이온2는 PC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PRPG) ‘아이온’의 정식 후속작이다. 아이온은 2008년 출시해 동시접속자 20만, PC방 순위 160주 연속 1위 등을 기록한 흥행작이다. 아이온2는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한 차세대 기술이 담겨 게임 업계와 투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이온2 프로젝트는 백승욱 본부장(전무)과 김남준 PD(상무)가 주도해 개발하고 있다. 백 전무는 원작 아이온의 핵심 개발자로, 누구보다 아이온을 잘 아는 전문가다. 김 상무는 아이온과 ‘리니지2M’ 개발 과정에서 백 전무와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리니지2M은 2019년 출시한 게임이지만 지금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상무는 개발 PD로 아이온2 개발 일선을 주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미공개 신작 타이틀인 ‘프로젝트H’의 개발도 착수했다. 엔씨를 대표하는 이성구 리니지IP 본부장(부사장)이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리니지W의 글로벌 흥행을 성공시킨 최홍영 상무와 아이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한태성 개발자도 ‘프로젝트H’의 PD로 합류했다. 이 부사장은 최근 자체 유튜브 방송에서 “이용자 분들 원하시는 게임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개발진들과 함께 꾸준히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보내주시는 의견도 자주 듣겠다”고 말했다.
엔씨의 새 프로젝트가 해외 매출 비중에 얼마나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하는 부분도 관심거리다. 최근 엔씨는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2019년 해외 매출 비중 22%에서 2021년 32%, 올해 상반기 기준 36%로 상승했다. 2021년 연간 해외 매출 7336억원,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5074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엔씨의 전략은 콘솔, PC 온라인, 모바일 등 플랫폼 다양화와 신작 게임의 글로벌 동시 출시다. 신규 프로젝트인 아이온2 역시 글로벌 동시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근래 서구 시장의 MMORPG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도 엔씨에게 긍정적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