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는 달… 다누리 총알같이 날아간다

입력 2022-10-29 04:05

지난 8월 5일 지구를 떠나 29일로 85일째 우주여행 중인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는 어디쯤 가 있을까. 다누리는 현재 반환점을 돌아 약 50일 뒤인 오는 12월 17일엔 달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다누리 상태가 양호하며 현재 순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총알 속도’로 달 향해 순항

다누리는 달로 직접 가지 않는다.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태양 쪽으로 비행하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라그랑주 점)에서 지구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이후에는 태양보다 지구 중력을 타고 비행해 달 궤도로 진입한다. 비행 궤적을 보면 마치 나비를 연상케 한다(그래픽 참조). 달로 곧바로 가면 닷새면 되지만 다누리는 태양 쪽으로 멀리 우회하기 때문에 5개월가량 걸린다. 연료 소모를 최소화해 임무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이런 방식이 채택됐다. 다누리는 반환점을 돌아 지구를 향하고 있다. 지구 중력을 활용해 달로 향하는 단계다. 반환점을 도는 작업은 지난달 2일 시작해 같은 달 27일 마무리됐다. 항우연은 지난달 2일 지구에서 136㎞ 떨어진 지점에서 궤적수정기동을 했다. 궤적수정기동이란 추진기를 이용해 다누리의 방향·자세·속도 등을 조종하는 것이다. 다누리는 자동차가 유턴하듯 180도로 지구 방향으로 틀진 않았다. 다누리의 비행 궤적은 항우연에서 별도로 조정하지 않아도 태양으로 향해 나아가다 지구로 돌아오도록 설계돼 있다. 애초에 그냥 둬도 지구 쪽으로 돌아오도록 발사됐다는 얘기다. 다만 정해진 비행 궤적을 따라 예정대로 12월 17일 달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경로를 수정해준 것이다. 9월 2일 궤적을 수정한 다누리호는 지난달 27일 지구에서 155만㎞까지 멀어진 뒤 지구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는 지구에서 130여만㎞ 떨어진 상태에서 비행하고 있다.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는 다누리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구 쪽으로 방향을 막 돌렸을 때는 초속 100m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초속 400m다. 이는 권총에서 발사된 탄환과 비슷한 속도다. 다누리가 달에 근접해 가장 빠를 때는 초속 2220m로 속도가 올라간다. 소총에서 발사되는 총탄보다 2배 이상 빠르다.

9번의 궤적수정기동

다누리는 다음 달 2일 중요한 궤적수정기동을 앞두고 있다. 항우연은 다누리가 달에 도착하기까지 모두 9차례의 궤적수정기동을 준비했었다. 우주 비행체가 예정된 궤적으로 비행하려면 궤적수정이 필요하다. 우주 공간에서는 태양풍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비행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오차도 먼 거리를 이동하면 오차가 커지게 된다. 이 오차를 수정해야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 가능하다.

다누리의 첫 궤적수정기동은 발사 이틀 뒤인 8월 7일 있었다. 두 번째는 8월 12일이었는데 실행하지는 않았다. 첫 궤적수정기동이 매우 성공적이어서 필요하지 않았다는 게 항우연 설명이다. 궤적수정기동 자체는 다누리의 수명을 갉아먹는다. 최대한 횟수를 줄여야 다누리가 좀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세 번째 궤적수정기동은 지구로 방향을 틀었던 9월 2일이었다. 9월 2일 작업 역시 성공적이어서 9월 16일로 예정됐던 네 번째도 필요가 없었다.

다음 달 2일 다섯 번째는 달 궤도로 방향을 트는 작업이다. 다섯 번째 작업이 성공적이면 다음 달 16일로 예정된 여섯 번째도 필요 없어지게 된다. 항우연은 “(여섯 번째를) 안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섯 번째가 앞선 두 차례 궤적수정기동처럼 성공적일 경우 일곱 번째인 11월 23일로 넘어간다. 다누리의 수명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후에는 11월 30일 8차, 12월 9일 9차 궤적수정기동이 남아 있다.

달, 다누리 한 번에 ‘포획’할까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는 지난 8월 26일 지구로부터 124만㎞ 떨어진 거리에서 고해상도 카메라로 지구와 달을 함께 찍어 보내왔다. 한국 우주개발사에서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 촬영한 첫 사진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은 12월 17일 달 궤도 진입 작업을 고비로 보고 있다. 다누리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달에 접근할 때 가속도가 붙는다. 초속 2220m까지 속도가 올라가는데 역추진 엔진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 달 궤도에 진입한다. 항우연은 달 궤도로 다누리가 진입하는 상황을 ‘달에 포획된다’고 표현했다.

만약 속도를 적절히 줄이지 못하면 달에 포획되지 않고 달 궤도 밖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 이럴 경우 다누리는 추진 장치를 다시 가동해 달 궤도 진입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항우연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항우연은 “앞으로 남은 일 중 다누리를 달에 한 번에 포획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실패할 경우 연료를 소모해야 하고 다누리의 수명은 그만큼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달에 포획된 다누리는 타원을 그리며 돌게 된다. 항우연은 이때 속도를 초속 0.376~2.08㎞로 계산하고 있다. 다누리는 타원 궤도를 돌며 달에 근접하면 빨라지고 멀어지면 느려진다. 달에 가까울 때 속도가 느리면 달의 중력 때문에 추락하고, 달과 멀어졌을 때 속도가 빠르면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타원 궤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원형에 가깝게 안정된다. 다누리가 달의 궤도를 안정적으로 돌려면 열흘 이상 필요하다. 항우연은 12월 30~31일쯤 달 궤도에 안착할 걸로 예상한다. 최종적으로 달 궤도에 안착했을 때 다누리는 달 100㎞ 상공에서 초속 1.63㎞로 돌게 된다. 이후 다누리는 시운전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조영호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은 “다누리 발사 전에는 정지궤도인 3만6000㎞로 위성을 보냈었는데 이번에는 100만㎞를 훌쩍 넘는 거리에서 궤적 수정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또한 가혹한 우주 환경에서 오작동 없이 현재 순항 중”이라며 “다누리가 뜻깊은 새해 선물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