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차관이 25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 참석차 이날 도쿄를 찾은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3국 협의회에 앞서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90여분간 회담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한국 기업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금을 내고, 이 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 측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와는 거리가 있다. 피해자 측이 요구한 ‘일본 측의 사죄’에 대해서도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에서 조 차관은)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동의를 얻으려면 일본 기업의 배상금 갹출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선 대위변제와 병존적 채무 인수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연로하다는 점,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확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가능한 연내에 해법을 도출을 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교부는 “외교 당국 간 다양한 레벨에서 긴장감과 속도감을 갖고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이 여러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소규모 다자간 협력을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선 한·일 정상회담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달 뉴욕 회동에 이어 다음 달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만남을 추진 중이다.
이날 조 차관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도 회담을 갖고 북한이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미의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와 관련해 셔먼 부장관은 “한국이 잠재적으로 혜택을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성의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열리는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선 대북 제재 및 3국 공조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