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는 교회 성도들의 심방을 통한 위기가구 발굴이 추진된다. 교회와 주민센터, 지역협의체가 손잡고 ‘고독사 제로’를 향한 도전도 시작된다. 이같은 사업을 골자로 한 서울지역 5개 종교협의회가 첫 진용을 갖췄다. 이들 기구는 기초행정기관인 동주민센터와 마을마다 조직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그리고 교회가 주축이 된 종교단체가 ‘삼각편대’를 꾸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가구를 찾아서 돕는 역할을 담당한다.
서울시는 25일 “최근 실시한 ‘동별 종교협의회 지원사업’ 공모 결과 1차로 5개 동주민센터 및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교회를 중심으로 한 종교단체 6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교회는 서울 중구 약수동 성신은혜교회(정춘모 목사), 중랑구 신내2동 대광교회(박영모 목사), 마포구 대흥동 신생명나무교회(장헌일 목사), 관악구 서원동 신림중앙교회(김후식 목사), 송파구 풍납1동 광성교회(남광현 목사) 성산교회(유병용 목사) 등이다. 향후 지역별로 종교협의회에 동참하는 교회는 늘어날 수 있다.
5개 종교협의회는 매월 2차례 정기회의를 열어 지역 내 위기가구 현황을 점검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위기가구 발굴 캠페인’을 펼치며, 매월 30가구 이상 복지위기가구도 방문한다. 특히 목회자와 성도들이 심방 등을 통해 고립돼 있거나 위기 징후가 있는 가구를 발견, 동주민센터에 신고하면 해당 가구에 대한 법·제도상 지원을 모색할 수 있다. 또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에 교회가 모금·확보한 성금이나 후원물품 등을 동주민센터를 통해 위기가구를 지원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약자’라는 단어를 7차례 언급하는 등 코로나 이후 사회적 약자 중심의 복지를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심화하는 경제·사회·심리적 복합위기 속에서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종교협의회 사업이 ‘약자와의 동행’으로 지역사회에서 공감을 얻을 경우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종교협의회 파트너로 선정된 교회들은 이전부터 지역사회를 향한 나눔과 섬김 활동에 앞장선 교회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교회는 ‘우리동네 고독사 제로’를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다짐했다.
신생명나무교회 장헌일 목사는 “뉴스를 통해 ‘수원세모녀 사건’ 등을 접했고 안타까움이 컸다”며 “종교협의회 활동을 통해 우리 교회가 위치한 마포구 대흥동에서만큼은 단 한 명의 고독사도 발생하지 않는 ‘고독사 제로’가 목표”라고 말했다. 교회 측은 향후 홀몸 노인이나 기초생활보장수급에 탈락한 사각지대 계층 등 60가구를 추가로 발굴해 도울 예정이다. 아울러 장 목사는 “관내 17개 교회가 (종교협의회에) 모두 동참하도록 설명회와 캠페인을 펼치며 독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성교회는 종교협의회에 동반 선정된 인근 성산교회와 함께 소외이웃 발굴에 힘을 쏟기로 했다. 광성교회 윤종덕 장로는 “성산교회와 함께 한 달에 한 차례 소외이웃 20가구를 방문해 형편을 살피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성도들이 적극 동참해서 교회 연합, 민관 연합으로 섬김의 본을 보이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장면 배달 봉사’로 유명한 대광교회의 봉사위원장인 정두연 안수집사는 “종교협의회를 통해 더욱 체계적인 봉사를 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계획”이라며 “이를 계기로 교회마다 봉사자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신은혜교회는 ‘교동협의회’ ‘교경협의회’ 등의 활동에 이미 익숙하다. 정춘모 목사는 “소외 이웃을 양지로 이끌어내 희망을 심어주는 데 메신저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 성동구와 성동구 소재 150여개 교회연합협의체인 성동구 교구협의회(대표회장 지형은 목사)는 지난 14일 협약식을 갖고 실거주 불일치, 또는 재산기준 미충족 등에 따른 ‘제도권 밖 취약계층’을 발굴·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임보혁 박용미 장창일 최경식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