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폭락에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 된시름

입력 2022-10-26 04:06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연임 영향으로 홍콩 증시가 폭락하면서 관련 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홍콩거래소 상장 대형 테크기업 관련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증권(ETN)은 조기 청산됐다.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KB증권의 ‘KB 레버리지 항셍테크 선물 ETN(H)’은 전날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하며 이날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됐다. 이 상품은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대형 테크 기업 30종목으로 산출되는 항셍 테크 지수 선물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6월 2일에 상장해 2026년 만기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홍콩 항셍지수가 6.36% 하락한 영향으로 실시간 지표가치가 전 거래일보다 214.8원 내린 869.35원에 형성되며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정규시장 종료 시점에서 ETN의 실시간 지표가치가 전일 대비 80% 이상 하락하거나 1000원 미만인 경우 해당 ETN은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다. 투자자들은 조기청산 사유 발생 다음 날 추종 지수 종가를 기준으로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전날 기준 이 ETN의 시가총액은 101억2000만원이다.

비슷한 구조의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도 이날 조기 청산 위기에 놓이며 투자 유의 경고를 받았다. 해당 ETN의 전 거래일 장 종료 시점 실시간 지표가치는 1000원보다 78.7원 높아 조기 청산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지난 23일 시진핑 정권 3기가 ‘1인 통치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홍콩 증시가 급락한 여파다. 대외 강경 노선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도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ELS는 기초자산인 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이 만기까지 정해진 조건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만약 손실 발생 기준선인 ‘녹인 배리어’ 밑으로 지수가 떨어지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 ELS 가운데 지수가 5500 아래로 떨어져 녹인 구간에 진입한 상품 비중은 25%(2조7590억원)에 이른다. H지수는 전날 5114.48까지 내려갔다.

이동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무너진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이전까지 홍콩 증시 변동성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