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신한·KB·우리·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경영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긴축국면에서 서민들이 이자 부담에 휘청이는 사이 얻은 반사이익이라는 비판에 금융지주들은 호실적에도 애써 표정관리에 나서는 눈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3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4조8876억원을 기록해 지난 1분기 기록한 사상 최고실적(4조5951억원)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1209억원)과 비교하면 18.6% 상승했고 시장 컨센서스(4조6716억원)보다도 2000억원 이상 높은 호실적이다.
금융사별로는 신한금융지주가 1조5946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KB금융이 1조271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리딩금융’ 자리는 신한금융지주가 차지한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1조1219억원, 8998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다.
금융지주들의 호실적은 주로 이자 이익 부문이 견인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비이자이익이 609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8.8% 급감했지만 이자 이익이 2.7% 증가한 2조7160억원을 기록하며 감소분을 상쇄했다. 우리금융지주도 비이자이익이 2분기 4000억원에서 3분기 1320억원으로 하락했지만 이자 이익이 전 분기 대비 6.1% 오른 2조245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순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금융지주 이자 이익이 크게 확대된 것은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지난해보다 대출 수요 자체는 줄었지만 대출금리는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연초 연 1.2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3.0%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금리는 모두 상단이 7%를 넘어섰고 연말에는 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서도 애써 표정 관리에 나서고 있다. 서민들은 고금리 이자 부담에 신음하는 가운데 은행만 ‘이자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혹여나 ‘실적 자랑’을 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 호실적 행렬이 최소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소 다음 해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높으면 연 5%대까지 높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만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도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주 강세와 충당금 감소 등 요인에 힘입어 은행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급증한 이익을 사회적 공헌 분야에 써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전세자금대출 등 생활에 필수적인 대출금에 대해서는 이자 부담을 선제적으로 일정 부분 감경해주는 등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