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 대치에 ‘예산심사’ 암운… 사상 첫 준예산 사태 오나

입력 2022-10-26 04:05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애 항의하여 본회의를 보이콧했다. 이한형 기자

야당이 역대급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가운데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일고 있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야당이 본회의 입장조차 하지 않고 전면 보이콧하면서 향후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일찍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공공형 노인 일자리,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 공공임대주택 등 항목에서 대규모 증액을 요구하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은 넘기는 게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개정 후 국회가 예산안을 법정시한에 따라 처리한 것은 두 차례뿐이었다.


일각에서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준예산이란 12월 31일까지 다음 연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했을 경우 전년과 동일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준예산제도는 1960년 4·19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3차 개헌 때 대통령제가 의원내각제로 전환되는 시기 도입됐다. 1960년 준예산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정부가 준예산을 편성한 사례는 없었다.

문제는 준예산 집행을 전제로 구체화된 법 규정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준예산제도가 도입된 뒤 여러 차례 헌법이 개정되고 통치 체제도 대통령제로 바뀌었지만, 준예산 조항은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채 헌법에 남게 됐다. 관련 헌법 규정에 따르면 준예산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경비, 법률상 지출 의무,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만 집행할 수 있다.

여야 모두에게 준예산 사태는 정치적 부담이 큰 문제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여당 시절이던 2003년 ‘준예산제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보도자료를 통해 “준예산은 ‘최소한의 국가기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집행될 수밖에 없다”며 “준예산을 집행하더라도 정상적인 국가기능 수행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과거 기재부에서 준예산을 실무적으로 검토했던 사례는 두 번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최근 사례로 꼽히는 것은 2011년이다. 당시 예산안은 12월 31일 밤늦게 간신히 처리됐다. 당시 각 부처 기조실장들이 급히 모여 관련 지침을 마련했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세제개편안 심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법안을 논의해야 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여전히 구성조차 안 된 상황이다. 조세소위원장 자리를 두고 관례대로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기재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인 만큼 조세소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민주당이 맞서고 있어서다. 야당은 종합부동산세 완화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상황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