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진태 지사는 레고랜드 지급보증 서둘러 이행하라

입력 2022-10-26 04:03
연합뉴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다소 억울할 수 있겠다. 레고랜드 사업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발행한 어음(ABCP) 2050억원의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인데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채권안정펀드 50조원을 긴급 동원했으니 말이다. 굳이 자금시장을 경색시킨 책임을 묻자면 한국은행이다. 한은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이미 자금시장은 레고랜드 사태 이전에 경색돼 있었다.

그러나 김 지사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김 지사의 지급보증 이행 거부는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정부가 나서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자금시장의 신뢰와 유동성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김 지사의 처신은 강원도뿐 아니라 전체 지자체의 신용을 위험에 빠뜨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강원도의 지급보증은 여전히 불이행 상태다. 강원도는 다음 달 중 예산을 편성해 내년 1월 29일까지 2050억원을 갚겠다고 발표했다. 일방적인 통보다. 설사 채권자의 동의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채무이행조정은 GJC가 발행한 ABCP가 최종 부도처리되기 전에 했어야 할 일이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GJC를 회생시키든 매각하든 그건 강원도가 알아서 하면 된다. 그러나 지급보증 이행을 내년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이면 다른 지자체들도 자기 편의에 따라 지급보증 시기와 방법을 변경하겠다고 나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전국 지자체의 지급보증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김 지사는 GJC의 지급보증 이행 거부로 레고랜드 사업을 유치한 전임 최문순 지사의 책임을 부각시키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강원도의 지급보증은 개인 최문순이 한 일이 아니다. 지사직을 승계한 김 지사가 당연히 지급보증 의무를 떠안아야 한다. 지사가 바뀌었다고 지급보증을 거부한다면 앞으로 지자체의 지급보증은 지사 임기에 맞춰야 하나. 김 지사는 서둘러 지급보증을 이행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