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으로 무책임성 드러낸 민주당

입력 2022-10-26 04:0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민주당이 시정연설을 전면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해 예견된 사태였지만 막상 윤 대통령이 제1야당 자리가 텅 빈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 대부분은 마음이 착잡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하는 것을 제1야당이 거부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5부 요인, 원내 정당 지도부의 사전 환담에도 불참했다.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정치 실종 사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 8월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해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대통령 시정연설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예산안의 개요를 국회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예산안은 정부의 내년도 나라 전체 살림살이에 대한 계획으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각종 사업과 세입, 세출 내역들이 담겨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제대로 심의·의결해야 할 책무가 있다. 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은 그런 책무를 외면한 것이다. 예산안마저도 정쟁의 볼모로 삼는 행태라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보이콧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민주당은 ‘비속어’ 발언과 국회 폄훼 논란, 종북 주사파 발언, 야권을 겨냥한 검찰과 감사원의 전방위적 수사·감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시정연설 참석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했다. 야당으로서 주장할 수 있는 사안들이긴 하지만 예산안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일들이다. 검찰 수사가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하자 당 차원에서 총력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이유라면 여론이 공감하겠나. 민주당은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지만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과 민주당 중앙당사 내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법원이 관련 기록을 검토해 결정한 것이다. 제1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수사에 협조하고 사법 절차에 따라 방어권을 적극 행사하면 될 일이다. 시정연설 보이콧은 절대 과반 의석을 앞세워 수사를 피하려는 정략적 결정이자 다수당의 횡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의당과 다른 야당 의원들이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를 민주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