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4일 “형제라고 불렀던 이들에 대해 이 사건(대장동 비리 의혹)이 터지고 난 뒤 진면목을 봤다”며 “생각했던 것들과 상당히 다르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착각했다. 여기는 참 비정한 세상이었다”면서 “(진실은) 검찰에서 밝힐 일”이라고 했다. 자신이 ‘변호인이 아닌 감시인이었다’고 불렀던 변호인을 이날 해촉한 사실도 공개했다.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사건 공판에 출석했다 귀가하면서 언론 앞에 섰다. 그는 “배신감일 수도 있는데 ‘착각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법정 휴정시간에는 “감옥 안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며 지난 21일 석방 후 검찰 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바꾼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대장동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논란이 커지자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사업을 지휘·감독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와 거리를 두며 ‘측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유 전 본부장은 “형제들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의 생각이나 그 내용들에 대해 착각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형제’ 4인, 즉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및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취록에는 정 실장이 2014년 6월 이들 네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진짜 형들인줄 생각했고, 의리하면 장비(본인 지칭)였는데… 예전 조사 때는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했다면 이제는 사실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1일 구속 수감된 김 부원장이 “거대한 조작”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검찰에서 밝힐 일이라 말씀드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본인과 함께 정치자금 8억여원을 받은 김 부원장, 자신이 휴대전화 폐기를 지시한 인물로 지목한 정 실장 등에 대해 조사실에서 진술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과는 2014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함께 도운 사이였고, 정 실장과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본다. 이날 법정에서도 유 전 본부장 측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정영학 회계사를 상대로 이 대표 실명을 거론하며 대장동 개발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성남시장이 아니었는지를 거듭 캐물었다. 지금까지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 측은 이 대표에게 명시적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을 피해왔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김 부원장 측이 회유 목적으로 자신에게 새 변호사를 고용해줬다는 의혹에는 “(해당 변호사를) 해촉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으로도 추가 기소된 상태다. 유 전 본부장의 수사 협조에 대해 야당은 검찰의 회유·압박 의혹을 제기했지만, 유 전 본부장은 오히려 민주당 측이 자신에게 새 변호인을 붙여 감시하는 역할을 맡겼다고 주장했었다. 그가 ‘가짜 변호사’로 칭한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위례 비리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되자 지난 11일 선임계를 냈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