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는 내전 중”… 검찰 편드는 與, 촛불 꺼내든 野

입력 2022-10-25 00:02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여야가 또다시 극한 대결모드에 돌입했다. 일부 정치전문가는 “한국 정치가 내전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정치는 실종됐고, 협치는 사라졌다. 한쪽에서는 검찰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촛불집회에 기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여야가 제 기능을 못하는 정치 공백 상태에서 ‘검찰 대 촛불’의 대결이 다시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정부 후반부터 대선 정국까지 이어졌던 여야 내전 상태가 새 정부 출범 이후에 더 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검찰 수사에 극렬 반발하며 지난 22일 대규모 촛불집회로 대응했다. 집권 6개월 차를 맞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정권 퇴진’ 구호를 쏟아냈다.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경찰 추산 1만6000명(주최 측 추산 30만명)의 진보 지지자들이 결집했다.

현 상황을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 차는 현격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면서 “야당 대표의 문제에 눈감아주는 것이 오히려 법치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진보 진영의 촛불집회에 대해 “국가전복 세력의 선동을 시민의 요구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검찰을 앞세워 정치보복에 나선 것으로 규정한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정치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다”면서 “여권이 전면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물러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초선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협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 깨닫고 있다”면서 “검찰의 ‘야당 죽이기’ 수사 앞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장외투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보기에는 엄정한 법집행이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치보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이런 감정적 대립이 진영 중심으로 고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덤 정치’ 심화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지난 대선 때 보수와 진보의 팬덤층이 정면충돌한 이후로 논리적·합리적 협상이라든지, ‘기브 앤드 테이크’ 같은 전통적인 정치문화가 거의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대치 상황이 단기간 내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박 평론가는 “2024년 총선 때까지는 여야가 타협이나 절충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해법과 관련해 “여야가 서로를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0.73% 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린 지난 대선은 국민 중 절반은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민주당에 온정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민지 김승연 정현수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