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배불렸던 ‘부동산PF’ 부실 뇌관으로… 중소형사 떤다

입력 2022-10-25 04:05

부동산 호황 속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던 증권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들어서며 커다란 부실 뇌관을 안게 됐다. 자금조달시장 경색 속에 증권사들이 투자했던 PF 사업들에 대한 차환 발행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이를 직접 부담해야 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24일 한국투자증권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6개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율은 78%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브릿지론(사업 초기 단계 대출)’과 실제 공사 단계인 본PF를 합친 PF 익스포저 비중은 39%로 나타났다. 대형사(37%)에 비해 중형사(47%), 소형사(49%)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동안 증권사는 부동산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매입 보장, 신용보강 등을 제공하고 이자 수익과 수수료를 받아왔다. ABCP는 부동산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시행사가 약정한 대출채권을 특수목적회사(SPC)에 양도하고, SPC는 이를 담보로 발행한 기업어음을 뜻한다. 부동산 호황이 길어지며 부동산PF 사업은 증권사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미래에셋·한국·삼성·NH 등 주요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관련 수익은 전체 투자은행(IB) 수수료 수익에서 50∼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여파가 PF 시장에 충격을 줬다. 증권사의 PF 익스포저는 당장의 유동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PF-ABCP 가운데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6조7013억원이다. 다음 달에는 10조7297억원, 12월에는 9조7574억원가량의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다.


이 PF 유동화증권들이 팔리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직접 매입을 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만기가 도래한 약 400억원 규모의 뉴트리니티완주제일차 ABCP를 전액 매입했다. 교보증권도 지난 12일 565억원 상당의 비아이리치제일차 ABCP를 직접 매입했다.

만약 현금성 자산을 넘는 규모의 보증 이행이 필요해지면 보유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자산 평가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는 또다시 단기자금시장과 채권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돼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현재 차환 발행되고 있는 PF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1개월 내외로 단축되고 있는 점도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PF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부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자본 대비 PF 신용공여가 가장 큰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으로 86.2%에 달한다. BNK투자증권(68.1%) 다올투자증권(53.4%) IBK투자증권(50.6%)가 뒤를 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 홍성기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 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 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