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네이버·카카오) 창업자가 나란히 국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특히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에 따른 ‘먹통 사태’와 관련해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집중포화를 맞았다. 화재 및 먹통 사태가 유발한 이용자 불편 해소·보상안과 관련해 모호한 답변을 반복하면서 질타도 쏟아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4일 연 종합감사에서는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와 카카오 서비스 장애 관련 질의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김 센터장을 비롯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최수연 네이버 대표, 장동현 SK 부회장, 박성하 SK C&C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센터장과 이 GIO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나란히 국감장에 섰다.
기업 수장들은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김 센터장은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불편을 드리게 돼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카카오도 처음 수익을 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관련 투자의사 결정을 2018년부터 했지만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준비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엄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GIO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날 저녁 늦게 증인으로 출석해 “이번 정전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많이 느낀다. SK그룹 전체에서 이 사태를 잘 수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당초 최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으나, 오후 8시30분을 넘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예정된 일본과의 포럼이 있었다. 포럼을 빨리 끝내고 출석했는데,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사후 보상 방안이 ‘아마추어 수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카카오 측이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피해 보상 방안과 기준을 ‘사후 과제’로 남기자 김 센터장을 향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무료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보상 관련) 선례가 없어서 피해 사례를 접수하는 대로 방안을 마련하겠다. 피해받은 이용자나 이용자 대표 단체를 포함해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2018년 KT 통신구 화재 때 피해 증빙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보상금을 일괄 지급했던 것과 비슷한 보상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일괄 지급을 포함한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K C&C 역시 적극적인 보상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 대표는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 이전이라도 적극적으로 보상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국감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대응 방식이 비교되기도 했다. 카카오의 경우 장기간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반면 네이버는 수시간 안에 서비스를 정상화했었다. 김 센터장은 “서버는 이원화했지만, 서버를 정상화하기 위한 도구들의 이원화에 미흡했다”고 해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