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추진 양곡관리법, 농업과 농민 모두에게 도움안돼”

입력 2022-10-25 04:05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 장관은 농업의 살 길은 청년농 육성 뿐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권현구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농업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정 장관은 "각국 장관들을 만나보니 우리만 농촌이 고령화되고 농업 인구가 줄어드는 줄 알았는데 만국 공통의 고민이었다"면서 "결국 해법은 청년과 스마트 농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농업과 농민 모두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장관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정부 농정방향과 미래 농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야당이 양곡법 개정안을 국회 농해수위에서 단독 처리하며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쌀은 평년작만 되어도 생산량이 수요량보다 20만t 더 많은 심각한 공급과잉 상황이다. 야당 안대로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한정된 농업예산에 청년농과 스마트팜 육성에 들어가야 할 예산이 쌀 시장격리로 가게된다. 장기적으로는 농업 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쌀 과잉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쌀이 주곡이고 식량안보의 핵심이지만 안타깝게도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단체급식이 줄어들고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으면서 사람들이 밥을 안먹고 있다. 대안으로 벼 이외 대체작물을 재배해야 하는데 ‘가루쌀’이 가장 좋은 대안이다. 밥쌀 재배면적을 가루쌀로 전환하면 쌀 과잉생산 문제와 수입 밀 대체로 식량자급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오늘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에게 가루쌀빵을 돌렸는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밀빵과 전혀 구분이 안된다. 특히 가루쌀은 6월말에 모내기를 해서 밀과 함께 이모작이 된다. 농가도 일거양득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루쌀은 또 우리가 개발해 전 세계 각국에 특허 등록이 돼 있다. 나는 ‘신의 선물’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다.”

-쌀문제 뿐 아니라 농촌 고령화도 큰 문제다. 어떤 해법을 모색하고 있나.

“전체 농가수가 102만 가구다. 이중 39세 이하 청년농가는 1만2400가구밖에 안된다. 전체 농가의 1.2%다. 이 사람들이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려야 하는데 너무 적다. 젊음, 패기, 아이디어, 열정이 있는 젊은이들이 농촌에 와야 한다. 이들은 스마트농업에 적합하다. 경북 상주에 청년농을 위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만들었다.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도 방문했다. 여기서 20개월을 교육시키고, 3년동안 정부가 지은 유리 온실을 1인당 500평씩 거의 무상으로 지원해 준다. 농업을 하나도 모르는 도시사람도 와서 교육만 받으면 고수익의 농업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청년농을 3만명 육성하는 게 현 정부의 목표다.”

-돈만 많이 벌 수 있다고 해서 청년들이 농촌에 오지 않는다. 도시에 비해 불편한 농촌환경도 문제다.

“맞는 말이다. 젊은 사람들이 살기에 현재의 농촌은 아이를 키우기도 마땅치 않고 문화시설도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에 여야 공동으로 공간계획법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기획하는 게 아니고, 중앙정부가 예산을 마련해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스스로 살만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지붕색을 통일하자, 가로수는 뭘 심자 등 세세한 것까지 함께 논의해서 청년농이 살만한 농촌을 만들 예정이다. 그러면 유럽처럼 아름답고 살기좋은 농촌을 만들 수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등 통상정책에 따른 농업개방으로 피해가 우려된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RCEP보다 CPTPP가 걱정이다. 중국이 가입할 경우 피해액이 커질 수 있다. 지난 정부는 이런 정보를 농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정부에서는 소통을 최우선으로 할 생각이다. 농민들은 CPTPP 하지 말라는 의견인데, 국가 이익 차원에서 해야한다고 결론이 나면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 사전에 농민들과 논의할 것이다. 지금도 수시로 만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최근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불안으로 곡물 시장의 공급 불안 요인이 확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모든 곡물을 국내에서 자급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입 다변화와 해외 곡물 유통망 확보 등 선제적인 해외 공급망을 확보해나가려고 한다. 이를 위해 내년 정부 예산안에 민간 기업의 ‘곡물 엘리베이터’등 해외 곡물 유통 시설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장관 임기 내 하고싶은 일을 세가지 꼽으라면.

“우선 가루쌀을 본격 산업화하고 떨어지기만 하던 식량 자급률을 상승세로 전환시키겠다. 또 청년이 농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스마트농업 등을 통해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끌고 가겠다. 마지막으로 농촌공간계획 제도를 도입해 농촌을 매력있고 쾌적한 공간으로 정비해 나가겠다.”


이성규 경제부장, 세종=심희정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