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마지막날까지 파행으로 얼룩졌다. 24일 법제사법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등 10개 상임위 종합감사를 끝으로 국감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재시도에 반발해 국감 일정을 한때 보류하면서 오전에 개의조차 못한 상임위가 속출됐고, 결국 올해 국감에서 유종의 미는 없었다. 사생결단식 진영 논리와 여야 갈등으로 인해 윤석열정부의 첫 국감이 정쟁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파행과 막장이 판칠 것으로 본 이는 많지 않았다.
국감은 ‘바이든’ ‘날리면’으로 대변되는 대통령의 외교 참사 논란,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로 정치권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막이 올랐다. 첫날인 4일부터 박진 외교부 장관의 거취를 놓고 국감이 한때 중단됐다. 국감 내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임 정부 및 이재명 민주당 대표 흠집내기로 일관했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때리기’에 전력을 쏟았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라는 국감의 의의는 사라졌고 막말과 정쟁이 대신했다. 여당 의원이 피감 기관장에게 “혀 깨물고 죽지”라고 하자 야당 의원은 서해 피살 공무원에 대해 “뻘짓거리 하다가 사고당했다”는 패륜적 발언을 쏟아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는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언급하다 퇴장당했다. 그 의원들에 그 피감 기관장이다. 막판에 터진 검찰의 두 차례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은 국감 파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지금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속에 민생은 극한 상황에 몰려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증폭되는 중이다.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하루가 멀다하고 도발을 일삼는 북한의 위협은 어느덧 실재가 됐다.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도 경제 및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판이다. 그런데 소중한 국감 시간을 헛되이 날리면서 민생 대책 강구와 정책 효과 검증의 기회를 차버렸다. 야당이 25일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국감 이후 정치권 내 협치와 상생의 길은 더 멀어져 보인다. 정치가 국민을 각자도생의 세계로 떠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