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탐욕에 생명·안전 경시한 SPC 그룹… 엄정 조치 뒤따라야

입력 2022-10-25 04:05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윤보다 근로자의 안전을 생각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산업재해였다. 기계 끼임 사망 사고와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잇따른 SPC 계열사에서 최근 5년 새 산재 발생이 37배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파리크라상·피비파트너즈·비알코리아·SPL 등 SPC 계열사 4곳에서 산재 피해를 당한 사람은 2017년 4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늘었다. 넘어짐·끼임·절단·베임·찔림 등의 사고였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산재 사고가 2017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에야 제대로 신고되기 시작했다지만, 발생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점은 회사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지난 23일에는 SPC 계열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SPC 계열 SPL 제빵 공장에서 일하던 20대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진 지 8일 만이다. 또 허영인 SPC 회장이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연 지 이틀 만이다. 허 회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SPC그룹 식품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강력한 산업안전보건 기획 감독을 하기로 했다. 사망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당국은 이번 감독을 통해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SPC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발생한 사고들은 안전설비 점검 등 예방 활동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SPC는 늘어나는 산재 실태에 경각심을 갖고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 근로자가 격무를 호소하고 한계상황에 내몰리는 노동 경시 풍조를 고쳐야 한다. 달라졌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피 묻은 빵’을 먹지 않겠다는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