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대표 목회자로 꼽히는 70대 중반의 원로 목회자는 앞으로의 꿈을 묻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연 그는 “빈곤에 처하고 소외된 이들, 전쟁 중인 이들을 돕는 것”이라고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반세기 넘게 대만에서 가장 왕성하게 목회 중인 장마오쑹(張茂松) 신티엔싱타오교회 목사다.
장 목사는 ㈔세계성령운동중앙협의회(이사장 안준배 목사)가 수여하는 제15회 세계성령봉사상 국제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최근 방한했다. 그를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났다. 장한업 타이베이순복음교회 목사가 통역을 도왔다.
장 목사는 자신의 목회 철학을 얘기하면서 지난해 별세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를 언급했다. 그는 “1979년 한국에 와 조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성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후 매번 설교 원고를 쓰고 난 뒤에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되는 내용인가를 묻는다”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면 과감히 원고를 찢고 다시 쓰길 수차례, 설교 당일 새벽에 이르러서야 원고가 완성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장 목사는 “믿음과 소망, 가능성을 심어줬던 조 목사의 설교를 배운 점은 내 목회의 큰 돌파구였다”고 회고했다. 처음 목회를 시작했던 1970년대 무렵, 그는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던, 고통스러웠던 때”라고 토로했다. 열 명 남짓 모이는 교회의 부흥을 모색하던 장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부흥 소식을 접했다. 1976년 직접 한국을 찾아 목격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철야기도회는 뇌리에 깊게 박혔다.
장 목사는 “몹시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꺼운 옷을 입고 교회 대성전 입구에서 예배를 기다리는 성도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이어진 기도회에 성도들이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의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을 찾았을 때는 성도들이 온돌처럼 따뜻했던 성전 맨바닥에서 눈물로 치유를 구하는 모습을 보며 그 역시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장 목사는 이때의 경험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대만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성령 충만’과 ‘치유’로 대표되는 자신만의 사역을 펼쳤다. 대만판 부흥집회 같은 ‘열화특회’도 만들었다. 이는 교회의 부흥과 대만의 복음화를 이끌었다. 전 세계 70여곳에 교회를 개척했고, 대만 전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에서 열리는 ‘열화특회’에는 지금도 매회 7000명 넘는 인원이 모인다.
그렇다고 장 목사의 목회 철학이 단순히 교회 부흥에만 있지 않다. 그는 “교회의 부흥과 성도 숫자에만 관심이 있는 나를 하나님은 꾸짖으시며 ‘목양’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셨다”며 “성도 중 선생님이 있다면 많은 아이가 따르는 선생님이 되도록 가르치는 등 성도들이 각자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도록 양육하는 일에 지금도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구제와 선교사역에도 힘써 매년 6억원 넘는 금액을 사회로 흘려보낸다.
그는 여러 SNS를 운영하며 다음세대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자신의 SNS에 “정보에 뒤처지는 것이 무서워 늘 컴퓨터와 영어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적을 정도다. 그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11만명에 이른다.
대만의 복음화율은 7%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른 아시아권 교회와 마찬가지로 특히 정치 연예 등의 분야에서 기독교인 비율이 점점 늘고 있고, 이들의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책임과 역할도 무거워진다. 이때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소임과 과제는 무엇일까. 장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부흥이 언제 일어날지 묻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오직 성령의 권능을 받고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고 말합니다. 교회는 국가의 이익, 민주주의 같은 이념의 실현보다 오직 천국의 일, 복음 전파 사명에 먼저 온 힘을 써야 합니다. 또 교회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축복과 번영, 물질적 풍요로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공존을 모색하는 이들로 채워져야 해요. 그리스도인이 그런 ‘탁월한 자’로 성장해 나갈 때 더 많은 이들이 예수를 믿게 될 것입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