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유방암 예방의 달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이를 상징하는 ‘핑크리본’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국내 유방암 발생은 1999년 암통계 작성 이후 매년 증가해 현재 여성암 1위가 됐다. 2019년에 2만9749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했다. 유방암의 지속 증가에는 고지방·고칼로리 등 서구화된 식생활, 비만, 여성 호르몬의 총노출 기간 증가(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만혼, 출산율 저하, 모유수유 감소 등)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인 것은 0~2기의 조기 발견율이 92.2%에 달한다는 점이다. 정기적인 유방촬영과 자가 검진의 확산 덕분이란 게 전문가 분석이다.
유방암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91.2%로 주요 암 중 높은 편이다. 0기는 98.3%, 1기 96.6%, 2기 91.8%로 일찍 발견할수록 완치에 더 가까워진다. 수술이나 항암·항호르몬요법 등 치료법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발전이 완치율과 생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자기 유방을 보존하거나 암 절제 후 유방을 재건하는 수술의 확산은 환자 삶의 질을 높여준다. 최근엔 유방암에도 로봇 수술이 도입돼 젊은 환자들에게 선호되고 있다. 로봇의 정밀함으로 암 완전절제술과 같은 치료 효과는 물론 절개 흉터 최소화라는 미용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기존 유방암 수술은 유두와 피부를 포함해 유방 전체를 들어내는 전절제술과 종양 및 그 주변 일부분만 제거하고 유방을 보존하는 부분절제술로 이뤄진다. 2000년대 초반에는 유방 전절제술이 70%, 부분절제술이 30% 정도 추세였다. 2006년부터 부분절제술이 전체 유방암 수술의 50%로 올라섰고 2014년 이후 전절제술 30%, 부분절제술 70% 비율로 역전됐다.
아주대병원 허민희(53) 유방외과 교수는 24일 “조기에 진단되면 아무래도 암을 포함해 유방 조직 절제 부위가 줄어들고 정상 유방 조직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기 유방암 발견이 늘면서 비롯된 추세 변화”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드시 유방 전절제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유방암이 여러 개 있을 때, 암이 많이 커서 부분절제가 불가능할 경우, 유방 피부나 안쪽 벽에 암이 침범해 부분절제로는 완전 제거가 어려울 때 등이다.
부분절제술과 전절제술의 단점은 유방 피부 위에 큰 절개 흉터(7~11㎝)가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미용 측면에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절개 상처를 좀 더 작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려는 수술 방식이 몇년 전부터 부상했다. 대표적인 것이 내시경 유방 전절제술이다. 이는 의사가 작은 절개창으로 삽입한 내시경을 통해 수술 부위를 들여다 보고 직접 손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품이 많이 든다.
2016년부터 로봇센터가 구축된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로봇 장비(다빈치Xi)를 활용한 수술이 시도됐다. 로봇 수술은 의사가 별도 공간에서 고해상도 3D영상을 보며 로봇팔을 조정해 암을 간접 제거하는 방식이다. 로봇팔과 장착된 수술 도구는 겨드랑이 아래 보이지 않는 부위에 2.5~6㎝ 정도 절개창을 내고 삽입한다. 기존 절제술이 가슴 부위에 7~11㎝를 절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로봇팔은 의사가 직접 집도할 때의 손 흔들림이 없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허 교수는 “환자가 거울을 마주했을 때 흉터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로봇 수술로 유방암 절제 뒤 대부분 보형물을 넣어 원래 유방 형태를 만들어 주는 재건술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상실감도 거의 느낄 수 없다.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로봇 수술을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0~2기의 조기 환자로 전절제술이 필요한 경우, 임상적으로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 암 부위가 유두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 수술 후 추가 항암치료가 필요치 않은 환자, 브라카(BRCA)유전자 변이로 암예방 목적 유방 전절제가 필요한 경우 등이 대상이다. 부분절제술 대상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허 교수는 “전절제 수술 대상이 되는 유방암 환자의 20~30% 정도가 로봇 수술 혜택을 받는다고 보면된다”면서 “다만 함께 이뤄지는 재건 수술을 고려해 유방 탄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 환자에게는 잘 권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유방 재건을 했을 때 모양이 예쁠 수 있는 50대 이하에게 권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허 교수는 지난해 6월 아주대병원 유방암센터에 처음 로봇수술을 도입했으며 젊은 의사로서 새로운 치료법 도입에 적극적이다. “환자에게 최첨단 치료법을 신속히 접하게 하는 게 최상의 진료”라고 생각하는 그는 “로봇 수술의 선도적 도입도 그 중 하나”라고 했다.
허 교수는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 유방검진과 자가 검진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국내 유방암 발생은 40대에서 50대 초반까지 증가하다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유방암학회는 30세 이후 매월 유방 자가 검진, 35세 이후엔 2년마다 의사 검진, 40세를 넘으면 1~2년 간격의 의사 진찰과 유방촬영을 권고하고 있다.
허 교수는 “자가 검진을 통해 유방 조직에서 비정상적 혹(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주변 피부가 함몰되고 습진이 생기거나 유두에서 초콜릿색 혹은 붉은색 분비물이 흘러나오면 서둘러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