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계열 SPL 평택공장에서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한 교반기는 안전 심사 대상에서 누락됐음에도 SPL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는 데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에 사고 전력이 있는 기계를 위주로 심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사고 발생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은 사고 발생 이후에야 인증 취소를 통보했다.
2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사고가 발생한 SPL 평택공장 교반기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사후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계는 끼임사고 발생 시 작동을 중단하는 ‘자동방호장치’가 없었다.
KOSHA-MS 인증은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신청해 안전성을 인증받는 시스템이다. 외부 기관 인증과 달리 공단이 직접 살펴보기 때문에 공신력이 높은 편이다. 업종에 따라 공공기관 입찰 시 가산점을 주는 경우도 있다. 신규 인증 취득 시 공단은 인증을 연장하는 ‘연장 심사’를 3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매년 사후심사로 점검한다. 두 심사에서 부적합 사유가 발견되면 구제 절차를 진행한 후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SPL은 2016년 KOSHA-MS 신규 인증을 받은 뒤 매년 사후심사와 2018·2020년, 올해 5월 연장심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았다. 가장 최근 실시된 지난 5월 연장심사에서 공단은 끼임 사고 재발 방지를 권고하긴 했지만 적합 판정을 내렸다. 다만 당시 심사에선 사망 사고가 발생한 교반기에 대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고 샘플링으로 심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하나하나 인터락(자동방호장치)이 있는지 없는지 (기계) 전체를 체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고가 발생한 기계 위주로 심사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산업안전업계 관계자는 “샘플링 심사 시에는 통상 공정별로 같은 라인에 대해서만 심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번 사망 사고 직후 공단은 SPL 측에 대한 인증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KOSHA-MS 인증 업무 처리 규칙에선 안전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공단은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한편 SPC 계열 샤니 성남공장에서 23일 오전 6시10분쯤 40대 남성 노동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돼 접합 수술을 받은 사고가 발생했다.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 발생 8일 만에 또다시 산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SPC는 “검수 과정에서 이상을 발견한 작업자가 해당 박스를 빼내려다가 발생한 사고”라며 “3인 1조로 작업 중이었고, 인근에 있던 다른 작업자가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즉시 기계를 멈췄다”고 설명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