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 고(故) 이대준씨에 대한 ‘월북 조작’ 혐의를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나란히 구속되면서 문재인정부 안보라인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가 동력을 얻게 됐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7월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지난 정부 고위급 인사가 구속되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새벽 “증거 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서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로, 김 전 청장의 경우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 발부는 2020년 9월 이씨에 대한 자진 월북 발표 과정에서 국방부와 해경 최고책임자들의 불법적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소명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장 발부 사유 중 ‘도망 우려’가 적시된 배경에는 법원이 주거지가 일정한 서 전 장관 등이 당장 도주할 가능성을 고려했다기보다 사건 당시 최고결정권자였던 이들이 받는 범죄 혐의의 중대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 전 장관은 이씨 피살 당시 감청 정보가 담긴 군사기밀(SI) 등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고 은폐한 혐의를, 김 전 청장은 월북 발표 과정에서 이씨에게 월북 의도가 없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배제하는 동시에 미확인 증거 등으로 왜곡된 결과를 발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족은 두 사람 구속 이후 “일벌백계해 국민을 억압하는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씨에 대해 ‘월북 몰이’를 결정하고 지시한 최고 윗선을 가리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장관의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과의 공모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감사원은 이씨 사망 이튿날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안보실 지시에 따라 국방부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검찰은 아직 선을 긋고 있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등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조만간 서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원장은 “아직 검찰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 만약 조사 요청이 온다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있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고 임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