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레고랜드’ 공포에… 정부 “50조 이상 투입” 긴급 진화

입력 2022-10-24 04:07

지방자치단체가 지급 보증을 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 중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잔액이 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의 레고랜드 사태’ 발생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2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지자체가 보증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지급 보증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회사채 등 자금 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지자체 신용 보강 PF 자산유동화증권은 총 3115억원 규모다. 지자체가 지역 내 산업단지 등을 짓는 데 드는 돈을 PF 형태로 조달하면 증권사는 이를 기초 자산으로 ABCP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만기 3~6개월 이내 단기 자금을 끌어온다. 곧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유동화증권은 이달 775억원, 오는 11월 1410억원, 12월 930억원으로 춘천시와 충주시, 음성군, 경산시, 완주군, 나주시가 신용을 보강했다.

당장 이달 26일 춘천시의 PF ABCP 205억원, 27일 충주시의 PF ABSTB 570억원 만기가 도래한다. 춘천시는 동산면 봉명리에 테크노밸리를, 충주시는 중앙탑면 용전리 일원에 산업단지를 짓기 위해 각각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두 지자체가 지급 보증을 서면서 해당 자산유동화증권에는 기업어음(CP) 최고 신용 등급인 A1이 부여됐다. 레고랜드 PF ABCP와 같은 구조다.

만기가 도래한 각 지자체의 자산유동화증권을 차환하려면 증권사가 나서야 한다. 대개 자산유동화증권은 주관 증권사가 발행하고 자체 자금을 투입해 인수까지 마친 뒤 시중 회사채 유통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절차를 밟는다. 문제는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이 경색돼 시중 매각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우선 인수한 자산유동화증권을 시중에서 받아줄 투자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증권업계가 발행을 꺼릴 수 있다. 이렇게 자산유동화증권 차환에 실패하면 신용을 보강했던 지자체가 돈을 투입해 상환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는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자체 신용 보강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시장 신뢰까지 크게 훼손되면서 차환 실패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자체 보증 PF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 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드린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로 인한 신용 경색 상황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점을 중앙 정부가 약속한 셈이다. 이와 함께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등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