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뉴질랜드)가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혜진과 김효주는 고국 땅에서 우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리디아 고는 23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컨트리클럽(파72·672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친 리디아 고는 2위 안드레아 리(미국)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의 흔들림 없는 플레이가 빛난 라운드였다. 선두에 한 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이한 리디아 고는 2번 홀(파5)과 4번 홀(파5)에서 타수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섰다. 7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바로 다음 홀에서 만회에 성공했다.
최혜진 김효주 등이 동타를 만들며 추격을 시도했지만, 리디아 고는 10~11번 홀, 15~17번 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차분하게 타수를 줄였다. 경쟁자들은 벌어진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리디아 고의 우승으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지난 1월 게인브리지 우승 이후 9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는 이번 시즌 2승을 달성했다. LPGA 투어 통산 우승 횟수는 18승이 됐다. 그는 경기 직후 “10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게 전환점이 된 것 같다”며 “탄탄한 플레이를 했고, 기회도 잘 만들어낸 듯 하다”고 평가했다.
모국인 한국에서 우승을 차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엔 “뉴질랜드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자긍심이 있다. 여기서 태어났기에 우승하고 싶었다”며 “우승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리디아 고는 오는 12월 30일 명동성당에서 정준씨와 결혼할 예정이다. 정씨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외아들이다. 리디아 고는 결혼 이후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
1라운드에서 깜짝 2위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 아마추어 고교생 김민솔(16)은 톱10에 오르며 향후 기대감을 높였다. 김민솔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지만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LPGA 대회에 나선 최나연은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 공동 47위로 마쳤다. 마지막 홀 그린 위에 올라오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최나연은 ‘눈물의 퍼트’를 끝으로 LPGA 무대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장엔 박인비, 김하늘, 이정은, 유소연 등 동료들이 깜짝 방문해 ‘나연아 고생했어.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최나연은 경기 후 “15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고, 좋은 추억을 많이 가져간다”며 “잘 버텼고, 잘 싸웠고,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나연은 전날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주=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