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나 라이벌은 없었다. 다른 계파 소속도 없었다. 중국 지도부는 오로지 시진핑 국가주석과 그 측근들로 구성됐다. 중국은 23일 리커창 총리 등 4명을 교체한 새 지도부(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집권 3기를 출범시킨 시 주석의 기자회견장에 두 번째로 등장한 리창 상하이 당 서기가 내년 3월 후임 총리로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강화된 시진핑 체제하에서 과거 2인자로 인정받던 총리의 존재감은 미미할 것이다. 중국의 리더십은 시 주석 1인 체제로 굳어졌다.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의 전면 추진’을 내세우면서 공동부유(共同富裕:‘다함께 잘살자’)를 강조했다. 덩샤오핑 이래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해졌다는 반성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경제로 회귀하거나 시장경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제1의 경제도시 상하이를 두 달간 봉쇄하는 강경책도 불사했다. 그로 인해 중국 경제가 침체되는 부작용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계 무역 규모 1위인 중국 내수시장 침체는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은 국제질서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임 중국 지도자들과 달리 미국과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중 갈등이 고대 그리스의 패권국 간 무력 충돌을 답습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지,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시대(Chimerica:China와 America의 합성어)’를 열어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국제 무대에서 시 주석의 목소리가 종전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서방의 대응은 일사불란하지 않다. 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다음 달 초 중국을 방문한다.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후 처음 방중하는 서방 지도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긴 독일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 방문으로 에너지 위기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유럽연합(EU)의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윤석열정부에도 많은 시사점과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적어도 시 주석과 차기 5년 임기를 거의 같이 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아직 한·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 퇴임 전까지 시 주석을 몇 차례 만나게 될 것이다. 시진핑 1인 체제의 중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 것인지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