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진핑 ‘1인 천하’ 시대, 국제질서의 새로운 도전이다

입력 2022-10-24 04:0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당장 수정안 투표를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후계자나 라이벌은 없었다. 다른 계파 소속도 없었다. 중국 지도부는 오로지 시진핑 국가주석과 그 측근들로 구성됐다. 중국은 23일 리커창 총리 등 4명을 교체한 새 지도부(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집권 3기를 출범시킨 시 주석의 기자회견장에 두 번째로 등장한 리창 상하이 당 서기가 내년 3월 후임 총리로 발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강화된 시진핑 체제하에서 과거 2인자로 인정받던 총리의 존재감은 미미할 것이다. 중국의 리더십은 시 주석 1인 체제로 굳어졌다.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의 전면 추진’을 내세우면서 공동부유(共同富裕:‘다함께 잘살자’)를 강조했다. 덩샤오핑 이래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해졌다는 반성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경제로 회귀하거나 시장경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제1의 경제도시 상하이를 두 달간 봉쇄하는 강경책도 불사했다. 그로 인해 중국 경제가 침체되는 부작용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계 무역 규모 1위인 중국 내수시장 침체는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은 국제질서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임 중국 지도자들과 달리 미국과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중 갈등이 고대 그리스의 패권국 간 무력 충돌을 답습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지,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시대(Chimerica:China와 America의 합성어)’를 열어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국제 무대에서 시 주석의 목소리가 종전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서방의 대응은 일사불란하지 않다. 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다음 달 초 중국을 방문한다.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후 처음 방중하는 서방 지도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긴 독일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 방문으로 에너지 위기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유럽연합(EU)의 단일대오가 흔들리고 있다. 시진핑 체제는 윤석열정부에도 많은 시사점과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적어도 시 주석과 차기 5년 임기를 거의 같이 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아직 한·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 퇴임 전까지 시 주석을 몇 차례 만나게 될 것이다. 시진핑 1인 체제의 중국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 것인지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