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株도 ‘레고랜드 패닉’… 무더기 신저가 경신

입력 2022-10-24 04:03

배당 이점으로 하락장에서도 방어주로 여겨졌던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이달 들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 시장 충격이 겹친 결과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리츠 21개 가운데 이달 4~21일 수익률이 플러스인 종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지난 6일 상장한 KB스타리츠가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21일 5.99% 빠지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특히 21일엔 14개 종목이 장중 신저가를 경신했다. 리츠는 투자자 자금과 은행 대출 등으로 부동산 자산을 매입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하반기 약세장에서도 리츠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이달 코스피 하락률 상위 10개 종목 중 5개가 리츠였다. ESR켄달스퀘어리츠는 33.66% 떨어지며 전체 하락률 2위에 올랐다. NH올원리츠(-31.72%), 디앤디플랫폼리츠(-26%), 롯데리츠(-24.49%), 마스턴프리미어리츠(-24.07%) 등도 10위 안에 포진했다. 이 영향으로 테마지수에서 ‘KRX 리츠 TOP10 지수’는 하락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리츠 급락의 일차적 배경은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냉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에 대응해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부채비율이 높은 리츠 특성상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29일 강원도가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지난 4일 ABCP가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자체 보증 건이 터지자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충격에 빠졌고 실물 자산을 담고 있는 리츠도 타격을 입었다. 예금과 채권 등 금리가 급격히 오른 것도 리츠의 매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연 6%대 상품을 쏟아내고 있으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미 연 5%대를 넘어섰다.

이에 리츠의 유상증자와 자산 편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용사들은 상장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삼성 SRA자산운용, 대신자산신탁 등은 리츠 상장을 내년으로 미뤘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ABCP 상환 실패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리스크 확대는 물론, 채권과 부동산 대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