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등 자금시장 경색 대책을 내놨다. 휴일까지 반납하고 한국은행 총재까지 참석해 대책을 마련한 건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주 강원도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1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안정기금을 동원키로 했으나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45% 포인트 급등한 연 4.495%로, 10년 만기 국고채는 0.193% 포인트나 오른 연 4.632%로 각각 마감했다. 부산교통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등급이 트리플 A인 우량 공사의 채권 발행이 최근 잇따라 실패하고 국책은행 채권값마저 급락세를 보인 것은 채권에 대한 시장 불신이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대책을 보면 시장에 노출된 부실을 모두 껴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불안 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얽힌 증권사 부도를 막기 위한 3조원의 유동성 지원과 함께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한도 확대 등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고육책이다. 긴축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여유가 없는 한은이 적격담보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 포함을 검토키로 하는 등 최대한 묘안을 짜고 있는 것은 그나마 시장 안정에 보탬이 될 게다. 정부가 은행 예대율 규제 가능성까지 내비친 건 더욱 강력한 신호를 통해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차원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금리 추세가 여전한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과 맞물려 있어 이번 대책 또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다. 그런 점에서 민감한 시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섣부른 부도 결정으로 중앙정부가 나서 설거지까지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이번 레고랜드발 한 번으로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