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뿌린 겨자씨만 한 복음의 씨앗이 튼실한 열매가 되어 돌아왔다. 아프리카에서, 중동에서 한국교회가 내민 작은 사랑의 손길은 헛되지 않았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계오순절대회(PWC) 참가차 방한한 현지 출신 사역자들이 전한 이야기 속에선 한국교회가 묵묵히 베풀어온 ‘사랑과 복음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글로리어스 쇼우(58·사진) 목사. 그는 2003년 고향인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을 찾았다. 혈혈단신으로 사역 후원자를 찾기 위해 방한한 그는 무작정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를 찾아왔다. 마침 교회에서는 금요철야기도회가 진행 중이었다. 그는 예배 후 교회 로비의 커피자판기 앞에서 우연히 만난 자매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날의 만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자매와 친구들이 보내기 시작한 물심양면의 후원은 사역의 마중물이 됐다.
탄자니아하나님의성회(TAG) 소속인 쇼우 목사는 북부 킬리만자로 지역 교구 감독을 지냈다. 쇼우 목사 부부는 킬리만자로 인근 도시 모시에서 2001년부터 빈곤 아동을 돌보고 있다. 처음 14명을 돌보기 시작했는데, 사역 시작 한 달 만에 40명을 넘어섰다. 체계적인 돌봄을 위해 이듬해 ‘뉴라이프 재단’을 설립한 뒤 교실과 기숙사를 위한 건물을 임대했다. 이곳에 유·초등학생 기숙학교인 ‘희망의 샘’을 세웠다.
2000년대 초반 아프리카 전역은 에이즈와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 통계에 따르면 2003년 아프리카의 에이즈 감염자가 320만명에 달했고 해마다 230만명이 사망했다. 한꺼번에 부모를 잃는 아이들이 늘면서 쇼우 목사는 영아를 돌보기 위한 ‘삶의 샘’과 미혼모를 위한 ‘기쁨의 샘’, 선교사 훈련을 위한 ‘사랑의 샘’을 잇달아 세우면서 사역을 확장했다.
쇼우 목사는 “그동안 이들 시설을 거쳐간 학생은 1500명이 넘는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주님의 훌륭한 일꾼으로 키우고 싶다”며 “이들을 위한 기독교 대학과 선교센터를 세우는 게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니하드 하산(42·베이루트 쿠르드교회·사진) 목사. 시리아 태생의 그는 쿠르드족 출신 난민이다. 시리아에서도 차별받는 ‘2등 시민’이다. 근본주의 무슬림 가정 출신인 그가 하나님을 만난 계기는 특별하다. 별다른 죄도 없이 감옥에서 55일 동안 좁은 독방에 수감되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깊이 깨달았다. 그보다 앞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러 떠났던 접경국 레바논에서 만난 직장 동료가 건넨 전도지가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하나님의 존재에 깊은 의문을 갖고 있던 시기였다. 당시 친구가 건넨 전도지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만든 전도단체에서 배포한 것으로 ‘죄인이 어떻게 새 사람이 되는가’에 대한 해답이 적혀 있었다.
이후 그는 행방불명됐던 동생을 이라크 북부에서 극적으로 상봉하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다시 한번 믿게 됐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만남 또한 경험하게 됐다. 당시 그가 머물던 쿠르드족 자치 지역인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는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어느날 그는 ‘한국교회가 쿠르드족에게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선물을 받았다. 이후 한국교회라는 이름은 거리마다 달리는 중고차나 이런저런 가전기기 등에도 붙어있었다. ‘도대체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저들은 누구인가. 내가 받은 사랑의 빚을 꼭 전하리라.’ 이후 목회자로 헌신한 그는 2013년 초 레바논에서 교회 창립예배를 드리면서 헌금 중 100달러를 들고 수소문한 끝에 현지에서 사역 중인 김성국(여의도순복음교회 파송) 선교사에게 전달했다. 하산 목사는 “한국도 우리처럼 전쟁과 이산, 분단의 아픔을 겪은 민족”이라며 “하지만 복음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방한한 김 선교사는 “하산 목사와 성도들은 쿠르드족을 비롯해 난민과 무슬림 복음화의 선봉장들”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들 사역을 위한 기도와 관심을 놓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유경진 박재찬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