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와 피구의 만남 ‘강철볼’… “첫 승리 때 눈물 쏟았죠”

입력 2022-10-24 04:01
강철볼 팀이 대천고와 경기하는 장면. 채널A 제공

학창시절에 했던 추억의 피구가 특수부대원들과 함께 돌아왔다. 채널A 피구 예능 ‘강철볼’은 전직 특수부대원들이 국제 피구대회에 국가대표 출전을 목표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신재호 PD를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DDMC에서 만났다. ‘강철 국가대표팀’은 강철부대 시즌 1, 2 출연자 중 14명을 선발해 구성됐다. 이들은 2022 아시안컵 국제 친선 피구대회에 출전해 일본, 홍콩, 대만 선수들과 겨뤘다.

강철 국대팀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전 국내 팀들과 먼저 대결했다. 여고생, 대학생 팀과 치른 경기에서 줄곧 패배했다가 9회차 만에 값진 첫 승리를 거뒀다. 신 PD는 “내가 피구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스포츠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고전할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국가 대표를 목표로 치르는 피구 경기는 수준이 달랐다. 빈틈없는 패스, 외야수의 공격력,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받아내는 힘 등 여러 방면에서 상당한 실력이 필요했다.

첫 상대였던 ‘피구 명가’ 마산 무학여고팀과 대결은 강철 국대팀에게 큰 충격이었다. 여고생에게 진 후 피구의 난이도를 실감한 선수들은 더 열심히 훈련했다. 그러나 우석대, 대천고팀에게도 연패했다. 이어진 대성고와 4차 평가전에서 패배의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첫 승리의 순간 신 PD는 현장에서 메인 작가와 함께 울었다. 여러 프로그램을 해봤지만 현장에서 눈물을 쏟은 건 처음이었다.

채널A 피구 예능 ‘강철볼’을 기획한 신재호 PD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널A 제공

그는 첫 승리의 기쁨을 시청자에게 안겨준 후 한시름 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연속으로 패배했을 때는 덜컥 겁이 났다고 했다. ‘방송이 안 될 수준인데’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신 PD는 “스포츠라는 게 단기간에 늘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연패하면서 느꼈다”며 “선수들 모두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좌절감이 들게 하는 상황을 (우리가)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교차했다”고 털어놨다.

절망의 순간에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무릎, 어깨, 손가락 등 갖가지 부상을 입어가며 연습에 매진했다. 그는 “(선수들이) 단기간에 말도 안 되게 성장했다”며 “결국 내가 그들에게 구원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철볼’은 신 PD에게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국제전을 준비하기 위해 3개국 국가대표팀을 초청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피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대전 상대도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특수부대원들이 기존에 가진 남성적인 이미지와 상반되는 스포츠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강철볼’은 앞으로 4회 더 방영된다. 국제 대회는 이미 치렀고, 남은 회차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피구 선수들을 만난 소감을 묻자 신 PD는 혀를 내둘렀다. 상대팀에는 대부분 평균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 모였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제작진은 상대팀의 기량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 오히려 선수들은 ‘이 정도면 이길 수 있겠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 이분들은 특수부대 최정예 대원이었지’라고 그럴 때 다시 자각했어요.”

‘강철볼’은 신 PD의 입봉작이다. 앞서 ‘강철부대’ 시즌 1, 2에선 조연출을 맡았다. 그는 “시청률이나 성과가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선수들이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와 성장 스토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