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재판위원회(총재위)가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행한 이동환 목사의 정직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3년 넘게 이어진 이 목사를 둘러싼 감리교단 내 법적 논란이 일단락된 셈이다. 기감이 동성애 문제에 확고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3일 기감에 따르면 기감 총재위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에서 이 목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 목사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총재위는 “감리회 교리상 성소수자 앞에서 성의를 입고 기도하는 것은 그들의 행위를 옹호하고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 목사를 둘러싼 논란은 2019년 8월 시작됐다. 당시 그는 인천 퀴어문화행사에 참석해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했다. 참가자들에게 꽃잎을 뿌리며 축도를 했고, 이는 교단 안팎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1심 격인 기감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2020년 10월 이 목사가 ‘교리와 장정’에서 범과(犯過·잘못을 저지름)로 정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정직 2년의 처분을 내렸다. 정직 처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징계였다. 당시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성소수자 축복 자체가 동성애 찬성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정직 기간은 지난 15일로 끝났지만 2심제인 기감 재판에서 상급심인 총재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동성애에 대한 한국교회의 태도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교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 목사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목회자도 없진 않았다. 실제로 이날 총재위에서도 재판위원 일부는 이 목사의 항소를 인용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적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도는 높았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조직되기도 했다. 대책위는 재판이 끝난 직후 기감 본부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재위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 목사는 “감리회는 재판 과정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차별적이고 전근대적인 인식에 사로잡힌 집단인지 보여줬다”며 “감리회의 구성원으로서 심히 부끄럽고 서글프다”고 말했다.
기감 목회자들은 대체로 총재위의 결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 사무총장인 민돈원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심에서 정직 이상의 징계가 내려졌어야 할 사안”이라며 “이 목사를 옹호했던 목회자들 역시 기감의 교리를 무시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