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부동산이 안 팔리고 있다. 아파트시장의 거래 절벽과 가격 급락 현상은 심각하다.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집값 하락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매수세가 실종된 탓이 크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1년간 유예하는 감면 조치 발표 이후 절세 매물은 10~20%가량(지역마다 다르다) 늘었지만 구매자가 이를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투자 심리가 극도로 악화됐다. 금리 급등, 대출 규제, 경기 침체, 거품 붕괴, 심리 악화, 환율 급등 등이 중첩돼 각종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한은이 연달아 금리 빅스텝(0.5% 포인트 인상)을 밟은 결과 부동산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집값과 전셋값은 추풍낙엽 신세다.
현재 기준금리는 3%로, 시중금리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의 상단은 이미 연 7%를 넘어섰다. 전세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도 최고금리가 연 7%를 넘었다. 연말에는 8%에 다다를 전망이다. 지난 8월과 비교하면 기준금리는 6배, 시중금리는 3배 이상 각각 급등했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는 더 가파르다. 기준금리 3.25%, 장기모기지론 6.94%대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내년 초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가 오르는 한 경기를 희생하더라도 강도 높은 금융 정책이 펼쳐질 것을 천명했다.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도 언급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같은 금융·부동산 복합 위기가 재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참고로 당시 주담대 금리는 8%, 원·달러 환율은 1570원을 찍었다.
그러고 보니 리먼 쇼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렸던 글로벌 금융 위기와 작금의 상황은 닮은 점이 많다. 미국발 금리 인상도 그렇고, 부동산으로 전이 확산되는 것도 그렇고, 국제 유가와 환율 폭등 및 경상수지 악화 등이 우리 경제를 옥죄는 양상도 비슷하다. 특히 10월 들어 급격히 나빠진 주택 관련 지표와 가격 급락 현상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예를 들면 서울 마포구 염리삼성래미안 전용 84㎡의 경우 이달 8억원에 거래돼 지난해 9월 15억4000만원보다 8억원 급락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대장아파트인 광교중흥에스클래스 전용 84㎡도 이달 12억원에 매매돼 1년 새 6억원 이상 떨어졌다. 대단히 충격적이지만 이런 사태는 어쩌면 충분히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고통스럽고 힘든 시기를 감내해야 한다.
문제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입장과 바람은 확실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과 미래를 보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유주택자는 집값 유지 내지 상승을, 무주택자는 집값 하락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자산관리 방향과 대응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주택은 이미 우리 사회의 주거자본이 되고 신분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주택 가격에 따라 주거계급이 형성되면서 부동산 존재 자체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주택이 가계자산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주거 문제, 주택 선택 문제는 결국 삶의 질과 노후 생활을 결정짓는 절대적 자산이 된 것이다. 결국 주거 문제를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고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자산 축적 내지 미래의 부(富)는 천양지차를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주택시장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우리는 미래 부동산의 변화를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방안과 합리적 투자 전략은 뭘까? 남녀노소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나씩 따져보자.
첫째, 주택 경기 예측이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중기적으로는 2~3년, 장기적으로는 4~5년까지 하락 내지 불황기를 거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금리 변동, 경기 변동, 정책 변동, 환율 변동, 심리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언제쯤 진정될 수 있는지, 물가는 뛰고 성장은 낮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금리 상승이 멈추고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시점은 언제인지 등을 미리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유망 지역 선택이다. 인구 증가, 소득 증가, 기반시설 증가, 행정계획 등이 총체적으로 받쳐주는 성장 지역을 선택하는 일은 몹시 중요하다. 이를테면 축소 내지 쇠퇴 지역에서 성장 지역으로의 주거 이동은 굉장히 바람직하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소위 ‘슈퍼스타 시티’ 투자 법칙은 참고할 만하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과 같은 집값이 비싸거나 집값을 선도하는 대표 지역으로 옮기거나 갈아탈 것을 권하는 시장 논리다.
셋째, 내 집 마련 혹은 투자 대상 물건의 선택이다.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슈퍼리얼티(SUPER REALTY)’를 골라야 한다. 주거가치와 투자가치가 동시에 높은 주택을 슈퍼하우스, 슈퍼아파트라고 부른다. 대지 지분이 넓고 땅값이 꾸준히 오르며 미래가치가 높은 주택을 뜻한다. 슈퍼아파트를 고르면 주거 만족도와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결론이다. 무주택자는 일단 내년 상반기까진 시장 흐름을 지켜보면서 관망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언급한 대로 부동산시장은 단기 변동성이 큰 만큼 신중하고 보수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내년 상반기 이후 내 집 마련에 나서도 늦지 않을 듯하다. 1주택자 혹은 실수요자는? 새로운 주거 대안이 필요하다. 지역과 주택을 동시에 갈아타기를 권한다. 선(先)지역 선택, 후(後)물건 선택이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다주택자는 몸집을 줄이는 게 답이다. 올 4분기 부동산시장은 위기와 정상의 갈림길에 섰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비상 플랜이 필요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