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용, 불법자금 전달과정’ 100쪽 넘는 PPT 자료로 제시

입력 2022-10-22 04:03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구속기간이 만료돼 석방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자금 수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정조준한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8억4700만원 상당의 현금이 흘러간 용처를 따져보는 단계로 들어섰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의 진술과 관련 물증을 통해 김 부원장에게 건네진 금품의 전달 과정을 세밀하게 복원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안팎에선 위례신도시·대장동 사업 인허가 특혜와 김 부원장을 통한 선거자금 의혹의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부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현금 8억4700만원 전달 과정을 100쪽 넘는 PPT 자료로 제시하며 혐의가 소명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대선 경선 국면이던 지난해 4~8월 남 변호사의 측근 이모씨가 서울 서초구 엔에스제이홀딩스 사무실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서 4차례에 걸쳐 성남도개공 팀장 정민용 변호사에게 금품을 건넸고, 이것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부원장에게 넘어갔다는 게 검찰이 재구성한 사건의 골자다.

검찰은 남 변호사 등의 진술을 비롯해 금품 전달에 관여한 이씨가 액수 및 시기, 장소 등을 기록해 놓은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부원장 측은 혐의와 관련해 “모욕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검찰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의원을 지낸 김 부원장이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및 대장동 일당과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고 의심한다.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도 2014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과 대장동 사업 민간 사업자 선정·배당 구조 등이 배경 사실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초점은 김 부원장에게 넘어간 8억4700만원의 용처를 규명하는 일이다. 특히 이 자금이 이 대표의 선거 자금과 연결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대표는 이날 ‘특검 카드’를 꺼내며 자신과의 연관성을 일절 부인했고, 김 부원장도 금품 수수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상대로 보강 조사를 벌이며 금품의 세부 용처에 대한 사실관계를 면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7~10월 이 대표 경선캠프 총괄부본부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올해 3월까지 민주당 대선 선대위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이 시점을 전후해 이뤄진 김 부원장의 불법 자금 수수와 이 대표 관련성이 입증되느냐가 수사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 대표의 관여 및 인지 여부 등을 규명하는 작업에도 김 부원장의 진술이 핵심 조건으로 거론된다.

대선자금 의혹 수사의 ‘키맨’이 된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에 출석하며 검찰에 돈 전달 사실을 진술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9월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진 경위가 김 부원장과의 ‘말 맞추기’ 정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전후로 김 부원장 및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